'연준 체제전환' 선언한 워시…점도표 폐지·기자회견 축소 주목

본인 점도표 제출 거부할 수도…'말 줄이는 연준' 추진할 듯
핌코 "진짜 변수는 대차대조표"…6.7조달러 자산 축소 주목

케빈 워시 신임 연방준비제도 의장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통화정책의 98%는 말이고 2%만 행동이다.

벤 버냉키 전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남긴 이 유명한 격언에 케빈 워시 신임 연준 의장이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밀 전망이다. 워시 신임 의장은 '말을 2%로 줄이고 행동을 98%로 보여주겠다'는 의지다. 워시가 취임 이후 처음 주재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시장의 관심은 기준금리 결정보다 워시식 개혁의 윤곽에 쏠리고 있다.

워시 의장은 취임 전부터 연준의 "체제 전환(regime change)"을 공언하며 통화정책 운영과 소통 방식, 대차대조표 관리 전반에 대한 개혁 의지를 밝혀왔다.

워시 의장은 첫번째 FOMC 회의 주재를 마치고 17일(현지시간) 오후 2시께 기준금리를 3.50~3.75%로 동결할 것으로 유력시된다. 하지만 시장의 더 큰 관심은 향후 연준 운영 방향에 대한 중요한 단서로 쏠린다. 금리 발표 직후 워시의 첫 기자회견과 경제전망요약(SEP)을 통해 향후 정책 방향에 대한 신호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워시 체제 첫 FOMC의 관전 포인트는 금리 결정 자체보다 연준의 소통 방식과 대차대조표 운영을 둘러싼 장기 개혁 방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차대조표 축소부터 점도표 폐지, 포워드 가이던스(선제 안내), 기자회견 횟수 제한 등 다양한 변화 가능성이 거론된다. 특히 점도표 제출 여부와 기자회견 발언은 워시가 구상하는 '연준 체제 전환'의 첫 신호로 해석될 가능성이 크다.

"연준이 너무 많이 말한다"…워시, 점도표·기자회견 손보나

워시 의장의 개혁 구상은 금리 정책 자체보다 연준의 소통 방식 변화에 먼저 나타날 수 있다.

그는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점도표(dot plot)와 포워드 가이던스(선제적 정책 안내)가 정책 결정의 유연성을 떨어뜨린다고 비판했다. 연준이 향후 금리 경로를 지나치게 상세하게 제시하면서 스스로 전망에 갇히는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점도표는 연준 이사 7명과 지역 연방준비은행 총재 12명 등 FOMC 참석자들이 생각하는 향후 금리 경로를 19개의 점으로 표시한 자료다.

CNBC에 따르면 월가에서는 워시가 이번 경제전망요약(SEP)에서 자신의 금리 전망 점(dot)을 제출하지 않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골드만삭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등은 워시가 점도표 참여를 보류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워시를 제외해 점도표에 점이 18개만 보일 수 있다.

성명서와 기자회견 축소나 점도표 폐지 가능성도 거론된다.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의 토르스텐 슬록은 FOMC 성명서가 지금보다 훨씬 짧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코닝의 신디 볼리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점도표 폐지와 기자회견 축소 가능성을 예상했다.

또 워시는 평소 연준 인사들의 공개 발언이 지나치게 빈번하다고 지적해 왔다. 블룸버그가 인용한 연준 자료에 따르면 이사들의 연설 횟수는 최근 20년 전보다 약 20% 증가했다.

워시는 과거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체제 변화는 의장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여러 인사에 관한 사안"이라며 "효과가 없는 방식을 고수해 온 일부 인사들은 교체돼야 한다"고 말해 인적 쇄신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결국 워시 체제의 연준이 적극적이고 투명한 소통 방식에서 벗어나 보다 제한적인 커뮤니케이션과 전략적 불확실성을 중시했던 앨런 그린스펀식 운영으로 일부 회귀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린스펀은 생전에 "내 말이 지나치게 명확하게 들렸다면 당신이 오해한 것"이라는 유명한 말을 남기기도 했다.

이런 변화가 실제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점도표는 노벨경제학 수상자인 벤 버냉키 전 의장이 2012년 도입 이후 연준의 핵심 소통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뉴센추리어드바이저스의 클라우디아 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CNBC에 "점도표의 의미를 약화시키려는 시도는 오히려 연준이 내부 논쟁을 숨기고 있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케빈 워시 신임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 의장 취임식에서 워시 의장과 악수하고 있다. 2026.05.22. ⓒ 로이터=뉴스1
"의장 혼자 못 바꾼다"…첫 과제는 합의 형성

체제 변화를 도모하기 위해 다른 위원들과의 합의가 이번 회의에서 우선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워시는 청문회 당시 연준의 정책 결정과 소통 체계에 "큰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금리나 대차대조표 같은 핵심 정책은 의장 단독으로 결정할 수 없다.

기준금리 조정과 자산매입·축소 정책은 모두 FOMC 표결을 거쳐야 하며 다수 위원의 동의가 필요하다. 현재 연준 내부에서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여전히 높고 노동시장도 견조하다는 인식이 강하다. 일부 위원들은 차기 정책 변화가 금리 인하보다 인상이 될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제롬 파월 전 의장과 재닛 옐런 전 의장 시절 자문역을 맡았던 존 파우스트는 블룸버그에 "워시가 금리 인하를 추진하려면 우선 FOMC 내 합의를 형성해야 한다"며 "동료 위원들을 불필요하게 소외시키는 행동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워시가 관심을 보여온 기준금리 경로와 대차대조표 정책 모두 FOMC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시장에서는 워시 체제의 첫 과제가 개혁보다 내부 공감대 형성에 있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채권시장에서는 점도표 폐지 여부보다 대차대조표 정책을 더 중요한 변수로 보고 있다. 워시는 오랫동안 연준의 대규모 자산 보유가 금융시장 가격을 왜곡하고 통화정책을 정치화했다고 비판해 왔다. 현재 연준의 자산 규모는 약 6조 7000억 달러다. 2008년 금융위기 이전 1조달러 미만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매우 큰 수준이다.

워시는 지난 4월 인준 청문회에서 자산 보유 규모가 "상당한 해악(quite a bit of harm)"을 초래했다고 주장하며 재무부와 협력해 대차대조표를 줄이겠다고 밝혔다.

세계 최대 채권운용사 핌코(PIMCO) 역시 워시 체제의 핵심 변수로 대차대조표 정책을 꼽는다.

댄 아이버신 핌코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최근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우리가 가장 주목하는 부분은 대차대조표 정책"이라며 "이는 수익률곡선의 형태와 만기별 채권 수익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점도표는 시장이 생각하는 것보다 중요성이 낮아졌다"며 "대차대조표 문제는 커뮤니케이션 변화나 포워드 가이던스 논쟁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대차대조표 축소 역시 단기간에 실현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뉴욕연방준비은행 총재를 지낸 윌리엄 더들리는 로이터에 "대차대조표 축소는 2027~2028년의 이야기"라며 "합의를 형성하고 은행 유동성 규제를 손질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 의장 ⓒ 로이터=뉴스1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