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금리 올려도 엔저 지속…"매파 신호 없인 엔화 팔자세 압력"
헤지펀드 엔화 숏포지션 9년 만에 최대…일은 부총재 기자회견 주목
- 신기림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미국과 이란의 평화 합의에도 외환시장에서 엔화 매도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16일 오전 달러·엔 환율은 160엔 초반대로 엔화 약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시장은 이날 일본은행(BOJ) 금융정책결정회의 이후 엔화 매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고 경계하는 분위기다.
중동 긴장 완화는 원래 '유사시 달러 매수' 포지션의 되감기를 유발해 달러 약세, 엔화 강세의 요인이 된다. 실제로 15일 달러인덱스는 장중 99 초반까지 밀려 6월 5일 이후 최저치를 찍었다. 게다가 16일 일본은행은 금리를 예상대로 1.0%로 0.25%포인트(p) 인상해 일본 기준금리는 31년 만에 최고로 올랐다.
하지만 달러 약세폭보다 엔화 약세폭이 더 컸다. 달러당 엔화 환율(엔화 가치와 반대)은 15일 한때 159.70엔대까지 내려갔다가 곧바로 160엔대로 올라섰다. 전반적으로 엔화가 팔리는 구도다.
일본은행의 금리인상과 외환시장 개입 위험 속에서도 엔화 약세 베팅이 9년 만에 최대 수준으로 불어났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집계 기준으로 헤지펀드 등 레버리지 투자자들의 엔화 순매도 포지션은 6월 9일 기준 11만5000계약을 넘어섰다. 이는 2017년 11월 이후 가장 큰 규모다.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가 여전히 크고 일본은행의 긴축 속도도 완만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엔화 약세 베팅이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저금리 엔화를 빌려 고금리 자산에 투자하는 이른바 '엔 캐리 트레이드'가 다시 활기를 띠고 있기 때문이라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엔 캐리 트레이드는 투자자가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엔화로 자금을 조달한 뒤 미국 달러 등 수익률이 높은 자산에 투자하는 전략이다.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비교적 안정적인 데다 미국과 일본의 금리 격차가 여전히 큰 점이 투자 매력을 높인다.
또 일본은행이 2027년 4월부터 국채 매입 축소(QT)를 중단하고 월 2조1000억 엔 규모의 국채 매입을 유지할 방침을 시사한 점도 엔화에는 부담으로 작용했다. 금리 인상과 달리 대차대조표 축소 속도를 늦추는 조치는 통화정책 정상화(긴축) 의지가 예상보다 약하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
이제 최대 변수는 우에다 가즈오 총재를 대신해 기자회견에 나서는 우치다 신이치 부총재의 발언이다. 리소나홀딩스의 이구치 게이이치 수석 전략가는 니혼게이자이신문에 "시장의 일부에서는 일본은행이 보다 매파적인 신호를 줄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며 "만약 금리 인상에 신중한 표현이 강조된다면 엔화 매도가 다시 강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우에다 총재는 그동안 기자회견에서 추가 금리 인상에 신중한 입장을 보여왔고, 그때마다 엔화가 약세를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우치다 부총재 역시 우에다 총재와 비슷한 메시지를 내놓을 경우 달러·엔 환율이 다시 상승(엔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엔화 약세가 심화될 경우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의 추가 외환시장 개입 가능성도 다시 부각될 전망이다.
싱가포르 TD 증권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알렉스 루는 블룸버그에 "엔화 약세 흐름이 꺾이려면 일본은행이 6개월에 한 번보다 더 빠른 속도로 금리를 인상하거나, 최종 정책 금리 수준을 1.50%보다 높게 설정할 것이라는 점을 시장 참여자들에게 확신시켜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결국 시장은 이번 금리 인상 자체보다 일본은행이 앞으로 얼마나 빠르게 추가 인상에 나설지를 가늠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shink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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