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 美휘발윳값 4달러 아래로 내려갔다…호르무즈 개방 기대

4월 중순 이후 처음 갤런당 4달러 하회…미·이란 평화합의 영향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한 주유소/ 2026.6.9 ⓒ AFP=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미국 평균 휘발유 가격이 약 두 달 만에 갤런당 4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골자로 한 전쟁 종식 합의에 접근하면서 국제유가가 하락한 영향이다.

15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이 인용한 자동차정보업체 가스버디(GasBuddy) 집계 자료 기준 이날 전미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3.997달러를 기록했다. 평균 가격이 4달러 아래로 내려간 것은 4월 중순 이후 처음이다.

휘발유 가격 하락은 미국과 이란이 약 4개월간 이어진 전쟁 종식을 위한 양해각서(MoU)에 서명했다는 소식에 국제유가가 급락한 데 따른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양국이 합의에 도달했다고 밝혔고, 이에 따라 서부텍사스원유(WTI)와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4달러 이상 떨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9일 스위스에서 공식 서명식이 열리면 호르무즈 해협이 완전히 재개방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전문가들은 기뢰 제거와 항로 안전 확보에 시간이 걸리는 만큼 원유 운송이 정상화되기까지는 수주가 소요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가스버디의 패트릭 드한 석유분석 책임자는 "진짜 시험대는 이제 호르무즈 해협"이라며 "해협이 재개방되고 원유 흐름이 정상화되는 것이 이번 가격 하락이 지속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신호"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이란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움직이는 한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휘발유 가격은 미국 소비자와 정치권 모두에게 민감한 지표다. 갤런당 4달러는 소비자들이 운전 횟수를 줄이는 등 행동 변화를 시작하는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진다고 로이터는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출범 이후 에너지 가격 인하를 공약해 왔지만 중동 전쟁으로 유가가 급등하며 인플레이션 압박이 고조됐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공화당 역시 높은 연료비에 대한 유권자 불만에 직면했다.

가스버디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들은 전쟁 발발 이후 현재까지 휘발유 구매에 추가로 약 460억달러를 지출했다.

휘발유 가격은 지난 3월 말 이란이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 선박 운항을 사실상 차단하면서 급등했다. 이후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월 4%를 넘어 3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높아졌다.

하지만 유가 안정이 지속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스웨덴 SEB의 비야르네 실드로프 원자재 수석 애널리스트는 "현재 합의 구조는 매우 취약하다"며 "세부 쟁점에서 언제든 협상이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휘발유 시장 자체도 공급 압박 요인을 안고 있다. 미국의 휘발유 재고는 6월 첫째 주 기준 2억1510만 배럴로 계절 기준 10년 만의 최저 수준까지 감소했다. 견조한 내수 수요와 높은 수출이 재고를 빠르게 소진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걸프오일의 톰 클로자 수석 에너지 고문은 "호르무즈 해협 항로 복구, 선박 보험 정상화, 친이란 세력의 공격 중단 등에서 실질적인 진전이 없다면 이번 가격 하락은 오래가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