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 IPO로 엿본 '토큰화 주식'…가격발견 성공·소유권 한계
'기대감 거래'로 상장 전 주가 예측 효과…실제 주식 확보는 실패
오픈AI·앤트로픽 상장 앞두고 '블록체인 주식시장' 가능성 주목
- 신기림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스페이스X의 사상 최대 기업공개(IPO)는 암호화폐 업계가 수년간 주장해 온 '블록체인 기반 주식시장'의 가능성을 시험하는 무대가 됐지만 결과는 절반의 성공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스페이스X 상장을 앞두고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제공한 관련 파생상품은 투자 심리를 비교적 정확하게 반영했다. 하지만 실제 주식을 토큰 형태로 제공하려던 시도는 주식 물량 확보에 실패하며 차질을 빚었다고 블룸버그가 16일 보도했다.
암호화폐 업계는 오랫동안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면 비상장 기업도 월가 상장 이전부터 거래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스페이스X는 이러한 주장의 최대 시험대였다.
실제로 암호화폐 파생상품 거래소 하이퍼리퀴드가 제공한 스페이스X 연계 영구선물(perpetual futures)은 상장 전 투자자들의 기대를 실시간으로 반영했다. 해당 상품 가격은 나스닥 상장 직전 실제 거래가격 수준에 근접하며 투자심리 지표 역할을 했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영구선물은 만기가 없는 파생상품으로 실제 주식 소유권을 제공하지 않는다. 대신 투자자들은 향후 기업 가치에 대한 기대를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다.
스페이스X는 IPO 공모가를 주당 135달러로 책정한 뒤 상장 첫날인 지난 12일 160.95달러로 마감하며 시가총액 약 2조 2000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후 이틀째인 15일에는 192달러선까지 급등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상장 당일 스페이스X 영구선물 거래대금은 13억 달러를 넘어 비트코인에 이어 하이퍼리퀴드 내 두 번째로 활발한 시장이 됐다.
250디지털애셋매니지먼트의 크리스토퍼 퍼킨스 최고경영자(CEO)는 "사전 상장 영구선물은 초기 가격 발견(price discovery)과 시장 접근 수단으로서 유용성을 다시 입증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실제 스페이스X 주식을 토큰화해 투자자들에게 제공하려던 시도는 난관에 부딪혔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바이낸스, 바이비트, 비트겟월렛 등은 스페이스X 토큰화 주식 배분 계획을 취소하고 투자자들에게 환불을 진행했다. 토큰 발행 플랫폼인 x스탁스가 실제 스페이스X 주식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블록체인이 거래시장을 만드는 것은 가능했지만 실제 주식 소유권을 재현하는 데는 기존 금융시장과 같은 제약이 존재한다는 점이 드러났다고 블룸버그는 평가했다. 스페이스X IPO는 블록체인이 주식 거래를 혁신할 수 있어도 주식 소유까지 대체하기는 아직 쉽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 사건으로 여겨진다.
D2파이낸스의 루카 팔라멘토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사전 상장 영구선물은 상장가를 예측하는 상품이 아니라 공식 시장 가격이 형성되기 전까지 투자자들이 기대를 거래하는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사례는 앞으로 예정된 오픈AI와 앤스로픽 등 대형 비상장 기업들의 상장을 앞두고 암호화폐 시장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망했다. 스페이스X의 IPO 이후 향후 오픈AI와 앤트로픽 등 초대형 AI 기업들의 IPO 과정에서도 유사한 실험이 이어질 수 있다.
암호화폐 거래업체 '엘오:테크(LO:TECH)'의 애덤 매카시는 "사전 상장 영구선물은 투자심리와 가격 발견 기능에는 뛰어나지만 실제 상장 가격을 정확히 예측하는 도구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스페이스X 사례가 블록체인 기반 금융의 두 가지 모델을 비교한 첫 대규모 실험이었다고 평가했다. 영구선물은 상장 이전에도 연속적인 가격 발견 기능을 제공했지만, 토큰화 주식은 결국 실제 주식 공급 부족이라는 전통 금융시장의 한계를 넘지 못했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영구선물이 상장 전부터 24시간 거래되며 투자심리를 반영하는 '가격 발견' 기능을 수행한 반면, 토큰화 주식은 실제 스페이스X 주식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 블록체인 기술만으로는 기존 금융시장의 주식 공급 부족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shink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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