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오른 韓 AI 반도체주"…월가, 삼전닉스 레버리지 베팅 줄인다
씨티·JP모건·골드만 등 금융비용 인상 및 거래규모 제한
"급락시 마진콜 미이행 위험"…대차대조표 노출 축소 차원
- 신기림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올해 폭등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에 대한 헤지펀드의 레버리지 베팅을 제한하기 시작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2일 보도했다.
월가 주요 은행들이 인공지능(AI) 열풍에 힘입어 급등한 반도체주가 과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위험 관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씨티그룹, JP모건체이스, 골드만삭스 등 주요 투자은행들은 헤지펀드가 스와프(swap)를 활용해 SK하이닉스(000660)와 삼성전자(005930)에 투자할 때 적용하는 금융 비용을 인상했다.
투자은행들은 신규 거래 규모도 축소하고 거래 상대방 기준도 강화했다. 일부 은행은 신규 스와프 거래를 아예 거절하거나 건별 심사 방식으로 전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모건스탠리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관련 신규 스와프 거래를 원하는 일부 고객을 돌려보내고 있으며, 일부 중소형 은행들도 최근 2주 동안 추가 주문 접수를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조치는 한국 반도체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에 대해서도 유사한 위험관리 조치가 적용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에서는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아시아 AI 반도체주 전반에 대한 위험 노출(익스포저)을 재점검하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스와프는 실제 주식을 보유하지 않고도 레버리지를 활용해 특정 종목에 투자할 수 있는 파생상품이다. 한국처럼 해외 헤지펀드가 직접 거래하기 쉽지 않은 시장에서는 사실상 주식 투자에 활용되는 대표적 수단으로 꼽힌다.
은행들이 제시하는 스와프 조달 금리는 최근 크게 올랐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관련 신규 스와프 거래의 금융 비용은 기존 SOFR(담보부 익일물 금리) 대비 1~2%포인트 수준에서 최대 11%포인트까지 높아졌다.
현재 SOFR가 약 3.6%인 점을 감안하면 일부 거래의 조달 금리는 연 15% 수준에 달한다. 이 같은 비용 증가는 사실상 헤지펀드의 공격적인 레버리지 투자를 억제하는 효과를 낸다.
월가의 경계심은 올해 반도체주 급등과 맞물려 있다.
SK하이닉스 주가는 올해 들어 세 배 이상 뛰었고 삼성전자도 175% 넘게 상승했다. 두 종목의 급등은 코스피를 약 100% 끌어올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코스피는 올해 세계 주요 증시 가운데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하지만 최근 AI 랠리가 흔들리며 반도체주도 조정을 받고 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이번 주 들어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고, 코스피는 지난 8일 장중 9% 가까이 급락하며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기도 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월가 은행들이 레버리지 거래를 제한하는 배경에는 급격한 주가 조정에 대한 우려가 있다. 통상 투자은행들은 스와프 거래의 반대 포지션을 다른 투자자에게 넘기거나 자체 자금으로 헤지하는데, 현재와 같은 강세장에서는 주가 하락에 베팅하려는 투자자가 많지 않다.
결국 은행들이 직접 대차대조표(자산)를 활용해 위험을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 늘어나고 있으며, 향후 주가 급락 시 헤지펀드가 마진콜에 응하지 못할 경우 은행도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여기에 사상 최대 규모인 750억 달러 규모의 스페이스X 기업공개(IPO)까지 진행되면서 월가 은행들의 자본 여력에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은행들이 초대형 IPO 자금 수요에 대비해 반도체주 관련 익스포저를 선제적으로 축소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AI 열풍에 대한 기대는 여전히 강하지만 월가 내부에서는 '상승 여력이 남아 있더라도 레버리지 베팅 규모가 지나치게 커졌다'는 경계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번 조치는 AI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대한 낙관론이 유지되는 가운데서도 위험 관리가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shink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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