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 IPO 광풍 올라타자"…암호화폐시장 파생상품 봇물

상장 전 주가 베팅하는 '프리IPO 무기한 선물' 인기
거래량 32억달러 돌파…전문가들 "투기성 극단적" 경고

스페이스X의 일론 머스크 창업자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일론 머스크의 우주기업 스페이스X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상장 전 주가에 베팅하는 파생상품을 잇달아 출시하며 수십억달러의 거래가 몰리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바이낸스와 코인베이스, 하이퍼리퀴드 등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에서는 최근 '프리IPO 무기한 선물(pre-IPO perpetual futures)' 거래가 급증하고 있다.

해당 상품은 스페이스X 실제 주식을 보유하는 것이 아니라 상장 전 기업가치를 기준으로 가격이 움직이는 일종의 파생상품이다. 투자자들은 향후 스페이스X 주가가 오를지 내릴지에 베팅할 수 있다.

무기한 선물(perpetual futures)은 원래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가격 변동에 투자하는 데 사용되는 상품이다. 만기일이 없고 레버리지를 활용할 수 있어 적은 자금으로도 큰 규모의 투자가 가능하다.

로이터에 따르면 지난달 17일부터 이번 주까지 스페이스X 프리IPO 선물 거래량은 약 32억달러에 달했다. 미결제약정 규모도 3억9000만달러를 기록했다.

바이낸스는 자체 스페이스X 프리IPO 상품의 거래 규모가 18일 만에 21억달러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이번 열풍은 스페이스X가 750억달러를 조달하는 사상 최대 규모 IPO를 추진하면서 촉발됐다.

스페이스X는 이번 상장을 통해 기업가치 1조7700억달러를 인정받았다. 이는 미국 증시 상장기업 가운데 7위 수준으로, JP모건과 버크셔 해서웨이, 일라이릴리 등을 웃도는 규모다.

시장에서는 오픈AI와 앤트로픽 등 대형 AI 기업들의 상장도 예고된 만큼 비슷한 상품이 잇따라 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암호화폐 업계는 이를 새로운 투자 기회로 보고 있다. 지지자들은 일반 투자자들도 비상장 기업 가치 상승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비판론자들은 해당 상품이 사실상 순수 투기 상품이라고 지적한다. 이 상품은 실제 스페이스X 주식과 연결돼 있지 않은 경우가 많고, 일부 거래소는 단순히 비상장 시장 평가가격을 추종하는 구조만 제공한다.

가격도 극심하게 출렁이고 있다. 카이코(Kaiko) 데이터에 따르면 스페이스X 프리IPO 선물 가격은 지난달 200달러를 웃돌았지만 현재 160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 실제 스페이스X 공모가는 주당 135달러로 결정됐다.

암호화폐 데이터업체 카이코의 로렌스 프라우센 애널리스트는 로이터에 "해당 상품은 투기 외에는 가격을 지탱할 기반이 사실상 없다"고 말했다.

런던비즈니스스쿨의 알렉스 에드먼 교수도 "스페이스X와 암호화폐는 모두 투자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야기"라며 "투자자들은 자신이 실제로 무엇을 사고 있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현상을 예측시장(prediction market) 확산과 함께 '모든 것의 도박화(hyper-gamblerisation of everything)'를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한다.

세계거래소연맹(WFE)도 투자자들이 상장 주식과 비슷한 안전장치가 있다고 오해할 수 있다며 규제당국과 관련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로이터는 스페이스X IPO 열풍이 월가와 암호화폐 업계의 경계를 빠르게 허물고 있다고 평가했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