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일자리 80% 대체하면 세금은 누가 내나…로봇세 필요"

오픈AI 초기 투자자 코슬라 FT 기고…"현 노동 중심 세제 재설계 필요"

중국 광둥성 선전의 엑스스퀘어 로봇(X Square Robot) 시설에서 2026년 5월 22일 한 엔지니어가 휴머노이드 로봇에 가사 업무 수행 동작을 학습시키고 있다. ⓒ AFP=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인공지능(AI)이 인간 노동의 대부분을 대체하면 정부는 누구에게 세금을 걷어야 하는가.

오픈AI 초기 투자자이자 실리콘밸리 대표 벤처투자자인 빈로드 코슬라가 AI 시대를 맞아 미국의 조세 체계 자체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코슬라는 1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문에서 "AI는 현재 인간이 수행하는 경제적으로 가치 있는 업무의 80%를, 전체 직업의 80%에서 수행하게 될 것"이라며 "문제는 대규모 저고용이 오느냐가 아니라 그때를 대비한 정책 체계를 갖추고 있느냐"라고 말했다.

코슬라는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기술 낙관론자다. 반도체 기업 선마이크로시스템즈 공동 창업자 출신으로 오픈AI와 스트라이프, 도어대시 등에 초기 투자한 코슬라벤처스의 창업자다.

"노동 중심 세제는 AI 시대에 무너진다"

코슬라의 주장은 최근 미국에서 논란이 된 트럼프 행정부의 'AI 국민배당'이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AI 국부펀드'보다 한 단계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그는 FT 기고문에서 미국 세제 자체가 산업화 시대의 전제를 바탕으로 설계됐다고 지적했다.

코슬라는 "현재 미국 세제는 노동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고 자본은 지원이 필요한 존재라는 가정 위에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 정부 재정은 소득세와 급여세, 사회보장세 등 노동소득 기반 세목에 크게 의존한다.

하지만 AI와 로봇이 생산 활동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게 되면 노동소득 비중은 줄고 자본 수익은 급증한다. 결국 지금과 같은 과세 체계만으로는 정부 재정을 유지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AI 산업 규제 문제가 아니라 AI 시대 자본주의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에 관한 질문이라고 FT는 평가했다.

자본이득세 우대 폐지→AI세→로봇세→국부펀드

코슬라는 AI 시대에 대비한 새로운 조세 체계도 제시했다. 우선 2028년 이후 자본이득세 우대 제도를 폐지하고 일반 소득과 동일하게 과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미국 세제가 투자소득에 일반 소득보다 낮은 세율을 적용하는 '자본이득세 우대 제도'를 유지한다.

하지만 AI 시대에는 자본 수익이 노동소득보다 훨씬 빠르게 증가할 가능성이 큰 만큼 이러한 혜택을 유지할 명분은 사라진다. 코슬라는 자본이득세 우대를 폐지하면 연간 약 4000억 달러의 세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이어 2030년 이후에는 AI 컴퓨팅 사용량과 로봇이 인간 노동을 대체해 발생한 매출에 소규모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이른바 'AI세'와 '로봇세'에 해당하는 개념이다.

코슬라는 "AI가 급여와 임금 기반의 세수 기반을 잠식한다면 컴퓨팅 사용세가 새로운 보완 장치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장기적으로는 AI 기업 지분을 보유하는 국부펀드 설립 가능성도 언급했다. 그는 "2035년 이후 AI가 막대한 기업 부를 창출하게 되면 중요한 것은 누가 그것을 소유하느냐"며 "AI 기업 지분을 보유한 국부펀드는 모든 국민을 AI 경제의 자본 소유자로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코슬라는 AI 산업의 성장 자체를 지지하면서도 지금부터 새로운 조세 체계를 준비해야 한다고 봤다. 그는 "민주주의가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자본주의는 작동한다"며 "AI로 인한 구조적 저고용이 현실화하는데 아무런 대비를 하지 않는다면 사람들은 결국 자본주의 자체를 문제로 여기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