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호황 vs 유가 쇼크"…월가, 위험한 줄타기에 극단적 변동성
호르무즈 수개월 내 재개방 땐 AI 랠리 지속 전망
전쟁 장기화로 유가 95달러 넘으면 스태그플레이션 경고
- 신기림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글로벌 금융시장이 인공지능(AI) 낙관론과 중동발 유가 충격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이어가고 있다. 투자자들은 AI 투자 붐이 세계 경제 성장을 이끌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이란 전쟁 장기화시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저성장) 우려를 동시에 안고 있다.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의 극심한 변동성은 AI 성장 기대와 유가 충격 위험이 정면으로 충돌한 결과라고 로이터통신은 10일(현지시간) 분석했다.
실제로 미국 증시는 지난 2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사흘 만인 5일에는 지난해 10월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이번 주 들어서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이란 발언과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전망에 따라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현재 시장의 기본 시나리오는 호르무즈 해협이 수개월 내 재개방되고 AI 투자 열풍이 이어진다는 것이다. 롬바르드 오디에의 플로리앙 일포 매크로·멀티에셋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대부분 투자자들은 3개월 이내 호르무즈 해협이 재개방될 것으로 가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AI 낙관론은 이미 세계 경제 전망을 바꿔놓고 있다. 대만은 반도체 수출 급증에 힘입어 올해 16년 만의 최고 성장률을 기대하고 있으며, 중국 역시 AI 관련 투자 확대 덕분에 수출입이 동시에 증가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AI 열풍이 기술주와 가계 자산을 끌어올렸고, 유럽에서는 은행주와 그리스 국채 같은 자산까지 수혜를 입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영국 FTSE100 지수 역시 에너지·광산 기업 비중이 높지만 최근에는 기술주와 함께 상승하는 이례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다. 일포 매니저는 "유가가 수개월 동안 배럴당 95달러 이상에서 유지된다면 시장 전망은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며 "그때는 스태그플레이션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시장은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반영하기 시작했다. 지난주 시장이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을 70% 수준까지 반영하자 한국 원화는 17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코스피는 단기간에 9% 가까이 급락했다.
유럽 최대 자산운용사 아문디의 알레시아 베라르디 글로벌 거시경제 책임자는 "금리 재평가와 유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면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이 커질 수 있다"며 "일부 국가는 이미 경기 침체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과 인도처럼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은 이미 유가 충격의 영향을 받기 시작한 것으로 평가된다.
시장 전문가들은 최근 투자자들의 대응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지난해 '해방의 날(Liberation Day)' 관세 충격 이후 투자자들은 지정학적 악재가 발생할 때마다 단기간 급락 뒤 반등하는 패턴에 익숙해졌다.
하지만 이번에는 위험 회피 전략이 강화되는 모습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에드몽 드 로스차일드 자산운용의 미카엘 니자르는 최근 주식시장 변동성 확대에 베팅하는 파생상품 비중을 늘렸다고 밝혔다.
카르미냑의 케빈 토제 역시 미국 물가연동국채(TIPS) 투자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많은 자산운용사들이 추가 주식 매수보다 각종 헤지 상품과 보험성 자산을 늘리고 있다.
현재 시장의 관심은 결국 호르무즈 해협과 유가에 집중되고 있다. 인베스코의 벤 존스 글로벌 리서치 책임자는 "호르무즈 해협이 장기간 폐쇄돼 수요 파괴와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것으로 본다면 포트폴리오를 스태그플레이션에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역사는 지정학적 위기가 결국 지나간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며 "위기가 끝나면 시장은 매우 빠르게 반등하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shink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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