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AI 반도체 또 흔들…엔비디아·AMD·브로드컴 일제히 하락

중동 긴장·금리인상 우려에 차익실현 지속
스페이스X IPO 앞두고 반도체 ETF 올해 최대 조정

뉴욕증권거래소 ⓒ AFP=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인공지능(AI) 열풍을 이끌었던 미국 반도체주가 10일(현지시간) 다시 큰 폭의 매도 압력을 받았다.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와 금리인상 우려가 겹친 데다 스페이스X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지면서 최근 조정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엔비디아는 3.7% 하락했고 AMD는 4.8%, 브로드컴은 5% 내렸다. 메모리 반도체 대장주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4.7% 하락하며 최근 5거래일 중 4일째 약세를 이어갔다.

AI 서버 업체 슈퍼마이크로컴퓨터는 70억달러 규모 증자 계획을 발표한 여파로 27% 이상 폭락했다.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SOX)는 이날 3.4% 하락하며 최근 조정 국면을 이어갔다. 반도체 업종을 추종하는 아이셰어즈 반도체 ETF(SOXX)는 지난주 금요일인 5일 10% 급락한 데 이어 이번 주에도 약세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

이번 조정은 AI 랠리의 과열 논란과 맞물려 있다. 반도체주는 올해 들어 70~80% 넘게 급등하며 뉴욕증시 상승을 주도했지만 최근 들어 밸류에이션 부담이 부각되고 있다. 특히 브로드컴의 AI 사업 전망이 기대를 다소 밑돌면서 투자자들의 경계심이 커졌다.

시장에서는 오는 12일 예정된 스페이스X IPO도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부 투자자들이 사상 최대 규모의 IPO 청약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기존 수익이 컸던 AI 반도체주를 매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미국의 강한 고용지표와 5월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하 기대가 사실상 사라지고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점도 성장주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다만 월가에서는 이번 조정을 장기 추세 훼손으로 보기는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UBS의 티머시 아르쿠리 애널리스트는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의 대규모 증설과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힘입어 반도체 장비 시장이 새로운 '슈퍼사이클' 초입에 진입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반도체 제조장비(WFE) 시장 규모가 2028년 2500억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마이크론,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AI용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으며 AI 인프라 투자는 여전히 견조한 것으로 평가된다.

시장 관계자들은 최근 하락이 AI 투자 스토리 자체의 붕괴라기보다는 급등 이후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조정에 가깝다고 보고 있다. 다만 중동 정세와 금리 전망이 불확실한 만큼 당분간 변동성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