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에도 안 오른 美국채…월가는 채권을 사기 시작했다"
AI 열풍에 주식 고평가 논란…선진국 국채펀드 120억달러 유입
"유가급등도 경기둔화도 결국 채권엔 호재…채권시장 매력적 수준"
- 신기림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이란 전쟁 이후 안전자산의 상징인 미국 국채가 오히려 손실을 냈지만 월가에서는 다시 채권을 사들이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인공지능(AI) 열풍에 따른 주식시장 고평가 우려와 경기둔화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채권시장이 반전의 기회를 맞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페이스X·오픈AI 등 초대형 기업공개(IPO)가 잇따라 예고되면서 일부 투자자들은 오히려 수년 만에 가장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채권이 더 매력적이라고 판단하는 모습이다.
인플레이션 우려로 부진했던 채권시장이 향후 경기 둔화 위험이 부각될 경우 다시 안전자산 역할을 회복할 수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진단했다.
9일(현지시간) 로이터가 인용한 리서치 리퍼 자료에 따르면 전쟁 이후 선진국 국채형 펀드에는 120억달러가 순유입됐는데 올해 선진국 국채 펀드로 유입된 자금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동안 채권 투자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는 2월 말 이후 약 1.5% 손실을 기록했고 독일 10년물 국채는 2.4% 하락했다. 반면 같은 기간 S&P500 지수는 약 9% 상승했다.
AI 투자 열풍과 기업 실적 개선 기대가 주식시장을 밀어 올린 반면, 채권시장은 유가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에 짓눌렸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 국채 금리는 수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채권 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하지만 최근 월가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오히려 채권 투자 기회를 만들고 있다는 시각이 확산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세계 최대 채권운용사 핌코(PIMCO)의 콘스탄틴 바이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전 세계적으로 채권시장은 매우 매력적인 수준에 도달했다"며 "주식시장이 특별히 매력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AI 랠리를 주도한 기술주들이 높은 밸류에이션 부담에 직면한 반면 채권은 금리 상승으로 기대수익률이 크게 높아졌다. 독일 10년물 국채 금리는 약 15년 만의 최고 수준인 3.1%에 근접했고 일본 10년물 국채 금리도 30년 만의 최고 수준인 2.6% 부근에서 움직이고 있다.
로이터는 현재 채권시장에 두 가지 우호적 시나리오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우선 호르무즈 해협이 재개방되고 중동 긴장이 완화될 경우 시장이 반영한 금리 인상 기대가 약해지면서 채권 가격이 반등할 수 있다.
반대로 전쟁이 장기화해 유가가 배럴당 130~150달러까지 급등하더라도 결국 시장의 관심이 인플레이션보다 경기 침체 위험으로 이동하면서 채권이 강세를 보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모건스탠리의 앤드루 시츠 글로벌 채권전략 책임자는 "지금까지 채권의 분산 투자 효과는 실망스러웠지만 가장 중요한 순간에는 다시 나타날 것"이라며 "유가가 130~150달러 수준까지 상승하면 시장은 성장 둔화를 더욱 우려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HSBC 프라이빗뱅크도 최근 보고서에서 "성장 둔화 위험은 아직 시장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며 "인플레이션 우려가 정점을 통과하면 채권 금리는 다시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채권시장에 대한 비관론이 극단에 도달했다는 점도 역발상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부분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최근 글로벌 펀드매니저 조사에 따르면 투자자들의 채권 비중은 2022년 6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로이터는 현재 채권 매도 포지션을 정리하는 것 자체가 역발상 투자로 평가받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연방준비제도(Fed)가 실제로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경우 변동성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최근 시장은 강한 고용지표와 중동발 인플레이션 우려를 반영해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바이트 매니저는 "공격적인 연준 긴축이 현실화하면 주식을 비롯한 위험자산에는 우호적이지 않은 환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shink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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