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5월 CPI 앞두고 월가 긴장…채권시장은 '연내 금리인상' 베팅

소비자물가 4.2% 상승 전망…2023년 이후 최고치 예상
SOFR 시장 연내 인상 반영…뉴욕증시는 기술주 변동성 경계

뉴욕증권거래소 내부 객장 트레이더ⓒ AFP=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가 예정된 10일(현지시간) 글로벌 금융시장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란 전쟁발 에너지 가격 급등에 물가 상승세가 가팔라질 전망이어서 채권시장은 연방준비제도(Fed)의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반영하기 시작했다.

시장에서는 5월 CPI가 전년 동기 대비 4.2% 상승했을 것으로 예상한다. 4월의 3.8%보다 높은 수준으로 2023년 4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 된다.

휘발유 가격 급등이 가장 큰 배경이다. 이란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전체 물가를 끌어올린 것으로 예상된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 대비 2.9% 상승해 4월(2.8%)보다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9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월가의 관심은 단순히 물가 수치 자체보다 연준의 금리 경로에 쏠려 있다. 지난주 발표된 미국의 5월 비농업부문 고용이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돌면서 금리 인하 기대는 사실상 사라졌다. 대신 채권시장은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반영하기 시작했다.

로이터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경제학자 102명 가운데 72명(약 70%)은 연준이 올해 남은 기간 기준금리를 현재의 3.50~3.75% 수준에서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절반 이하였던 동결 전망이 급증했다.

웰스파고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톰 포첼리는 로이터에 "현재 상황에서 연준이 금리 인하를 정당화하기는 매우 어렵다"며 "이란 전쟁이 즉각 종료되지 않는 한 금리 인하 논의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라보뱅크의 필립 마레이 미국 전략가는 "위험은 더 지속적인 인플레이션과 더 적은 금리 인하, 심지어 금리 인상 쪽으로 기울고 있다"며 "낙관적 시나리오는 사실상 사라졌다"고 평가했다.

실제 채권시장에서는 이미 매파적 전환에 대비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연준 정책금리에 민감한 SOFR(담보부 익일물 금리) 옵션 시장에서는 최근 며칠 동안 금리 인상에 베팅하는 거래가 급증했다.

금리선물 시장은 연말까지 최소 한 차례 0.25%포인트 금리 인상 가능성을 거의 전부 반영하고 있다.

채권시장은 올해 들어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이란 전쟁 이후 안전자산 역할을 해야 할 미국 국채는 오히려 매도 압력을 받으며 10년물 수익률이 급등(채권 가격 하락)했다.

다만 세계 최대 채권펀드 PIMCO의 콘스탄틴 바이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현재 채권은 수년 만에 가장 매력적인 가격 수준에 접근하고 있다"며 "주식보다 채권의 투자 매력이 높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CPI 결과에 따라 금융시장의 방향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예상보다 높은 물가가 확인될 경우 채권금리는 추가 상승하고 뉴욕 증시는 하방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최근 과열 논란이 불거진 AI 반도체와 기술주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반면 CPI가 예상보다 낮게 나오면 최근 채권시장에 쌓인 금리 인상 베팅이 일부 되돌려지면서 국채 가격이 반등하고 뉴욕 증시도 안도 랠리를 펼칠 수 있다.

다만 시장의 기본 시나리오는 여전히 금리 동결 장기화(Higher for Longer)에 가깝다. 오는 16~17일 케빈 워시 연준 의장 취임 후 처음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도 기준금리는 동결될 가능성이 높지만, 정책 성명과 점도표에서 금리 인하 전망이 후퇴할 가능성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