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FTX 사태 이후 최악의 한 주…"아직 바닥 아니다"
현물 ETF서 55억달러 이탈·200주 이동평균선 붕괴
"조용한 약세장 진입…반등 지속 어려워"
- 신기림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비트코인이 지난주 6만 달러 아래로 떨어지며 2022년 FTX 거래소 붕괴 이후 최악의 주간 성적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반등에도 불구하고 추가 하락 가능성이 여전하다고 경고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지난 8일까지 일주일 동안 16% 급락하며 2022년 11월 FTX 파산 당시 23% 폭락 이후 가장 큰 주간 낙폭을 기록했다.
비트코인은 지난해 기록한 사상 최고치인 12만 6000달러 대비 절반 이상 하락한 상태다. 9일 뉴욕 거래에서는 6만 2000달러 안팎에서 움직였다.
시장에서는 이번 조정이 과거 암호화폐 겨울과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FTX 붕괴와 같은 대형 악재가 없는 상황에서도 투자 심리가 빠르게 냉각되고 있다.
프라이멀 펀드의 공동 창업자 그리핀 아든은 "추가 하락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아직 진정한 바닥까지는 상당한 거리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에서는 투자자 이탈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상장 비트코인 현물 ETF에서는 13거래일 연속 순유출이 발생하며 총 55억달러가 빠져나갔다.
기술적 지표도 악화됐다. 비트코인은 지난주 주요 지지선으로 여겨지는 200주 이동평균선 아래로 떨어졌다. 시장에서는 이 지표가 무너지면 투자자들이 상승 추격보다 반등 시 매도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본다.
윈센트의 폴 하워드 수석 디렉터는 현재 상황을 "조용한 약세장(silent bear market)"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FTX 사태와 같은 대형 파산은 없지만 200주 이동평균선 붕괴는 시장이 약세 국면에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신호"라며 "최근 반등이 지속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금리 전망 변화도 암호화폐 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란 전쟁 장기화와 미국의 강한 고용지표 영향으로 시장은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기대를 접고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반영하기 시작했다. 투기적 성격이 강한 암호화폐 자산에는 부정적인 환경이다.
웨이브 디지털 에셋의 라지브 사우니는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시장은 금리 인하를 기대했지만 지금은 금리 인상을 논의하고 있다"며 "이는 투자자 기대의 극적인 변화"라고 설명했다.
한때 비트코인과 함께 움직였던 미국 기술주와의 상관관계도 약화되고 있다. 투자 자금이 암호화폐에서 인공지능(AI)과 기술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현재 조정 폭이 과거 암호화폐 약세장과 비교하면 아직 크지 않다고 지적한다.
비트코인은 이번 사이클에서 고점 대비 약 50% 하락했다. 이전 약세장에서는 80% 안팎의 하락률을 기록한 바 있다.
토크나이즈 캐피털의 헤이든 휴즈는 "비트코인 하락 폭이 과거보다 작다는 점이 오히려 우려스럽다"며 "아직(yet)이라는 단어가 중요하다. 더 큰 조정이 남아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shink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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