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최대 자금 블랙홀…스페이스X, 코스피 자금도 빨아들이나

블룸버그 "JP모건, 상장 앞두고 부유층 2500명 이례적 투자설명회"
월가, 스페이스X 맞춰 지수규정 개편…4일 코스피 외국인 순매도 7조원

22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스타베이스에서 일론 머스크의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차세대 대형 우주발사체 '스타십 V3'이 시험 비행을 위해 발사되고 있다. 2026.05.22. ⓒ AFP=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일론 머스크의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사상 최대 규모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면서 글로벌 투자자금의 흐름이 요동치고 있다.

월가에서는 오는 12일로 예정된 스페이스X 나스닥 상장을 단순한 IPO가 아닌 'AI 인프라 시대의 자본 재편'으로 평가하며 대규모 자금 이동에 대비하고 있다.

"AI 시대 최대 자금 블랙홀"

스페이스X는 3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서류에서 이번 기업공개(IPO)의 공모가를 주당 135달러로 제시하고 기업가치 약 1조8000억달러를 기준으로 최대 750억달러를 조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금까지 미국 증시 최대 IPO 기록을 보유한 알리바바를 크게 뛰어넘는 규모다.

월가는 이미 스페이스X 상장을 단순한 기업공개가 아니라 시장 전체의 자금 흐름을 바꾸는 사건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수 사업자들은 스페이스X를 조기에 편입하기 위해 규정 개정에 나섰고 상장지수펀드(ETF) 운용사들은 관련 상품 출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패시브 자금 운용사들은 수십억달러 규모의 자동 매수 수요를 시뮬레이션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월가 자본시장이 이미 스페이스X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평가했다. 실제 나스닥은 스페이스X의 나스닥100 지수 편입 대기 기간을 기존 3개월에서 15거래일로 단축했고, FTSE 러셀 역시 유사한 조치를 도입했다. S&P다우존스지수도 관련 규정 변경을 검토 중이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스페이스X가 주요 지수에 조기 편입될 경우 패시브 자금만 최대 200억달러가 유입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이는 전체 공모 규모의 약 4분의 1에 해당한다.

스페이스X를 둘러싼 열기는 단순히 우주 사업 때문만은 아니다. 투자자들은 스페이스X를 위성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와 인공지능(AI) 인프라 사업을 결합한 차세대 플랫폼 기업으로 평가하고 있다.

머스크는 최근 스페이스X를 사실상 AI 인프라 기업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시장은 AI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사업 확대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스페이스X를 "로켓 사업으로 위장한 AI 기업"으로 평가하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월가에서는 오픈AI와 앤트로픽, 데이터브릭스 등 대형 AI 기업들의 상장 기대감도 함께 커지고 있다. 스페이스X IPO가 성공할 경우 초대형 AI 기업들의 상장 물결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월가는 스페이스X로 집결…코스피 외국인 투매도 같은 흐름?

월가의 투자자 유치 경쟁도 뜨겁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는 이번주 스페이스X 경영진과 함께 초고액자산가 고객들을 대상으로 대규모 투자 설명회를 연다.

행사에는 그윈 쇼트웰 스페이스X 사장과 브렛 존슨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직접 참석하며 미국 26개 주 90개 지점에 동시 중계돼 2500명 이상의 고객이 참여할 예정이다.

통상 IPO 로드쇼가 기관투자가 중심으로 진행되는 것과 달리 개인 부유층 투자자들까지 대거 끌어들이고 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블룸버그는 이를 두고 "스페이스X 상장에 대한 수요가 얼마나 강력한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라고 평가했다.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이 대규모 순매도에 나선 것 역시 글로벌 자금 재배치의 연장선상일 수 있다.

4일 정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코스피 시장에서 약 7조원의 순매도를 기록해 역대 2위 기록을 세웠다. 지난 2일에도 약 6조5000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표면적으로는 중동 전쟁에 따른 유가 급등과 미국 금리 인상 우려, 반도체주 차익실현 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하지만 일부 시장 참가자들은 스페이스X IPO를 비롯한 미국 AI·우주 인프라 자산에 대한 투자 수요가 커지면서 글로벌 투자자들이 현금 확보에 나섰을 가능성도 거론한다.

블룸버그는 특히 개인투자자들조차 스페이스X 투자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기존 보유 자산을 매도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인터랙티브 브로커스의 수석 전략가 스티브 소스닉은 테슬라와 비트코인이 대표적인 매도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코스피 외국인 매도와 스페이스X IPO를 직접 연결할 만한 증거는 없지만 이번 IPO가 단순한 개별 종목 상장을 넘어 글로벌 투자자금의 흐름을 바꾸는 이벤트라는 점에는 대체로 이견이 없다.

아카디안 자산운용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오웬 라몬트는 블룸버그에 "내 생애 동안 이보다 더 중요한 IPO는 떠오르지 않는다"고 말했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