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닉스가 다 했다"…올해 韓기업 순익, 18년만에 日 추월 전망

블룸버그 "코스피 순익 71조엔, 토픽스 70조엔 추월 예상"
금융위기 이후 첫 역전…양국 시총 90% 주요기업 비교

4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와 원·달러 환욜이 표시되고 있다. 2026.6.4 ⓒ 뉴스1 권현진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도한 인공지능(AI) 메모리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한국 주요 상장기업들의 올해 순이익이 18년 만에 일본 기업들을 넘어설 전망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이 도쿄발로 보도했다.

4일 블룸버그가 애널리스트 전망치를 집계한 결과 코스피 시가총액의 90%를 차지하는 주요 상장기업들의 순이익은 총 71조 엔(약 678조 원)으로 예상됐다. 같은 기준으로 집계한 도쿄증시 토픽스(TOPIX) 구성 기업들의 예상 순이익 70조 엔(약 668조 원)을 소폭 웃도는 수준이다.

한국 기업 순이익이 일본을 앞서는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일본 기업들이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던 2008회계연도 이후 처음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번 역전의 중심에는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가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순이익은 약 29조 엔(약 277조 원), SK하이닉스는 약 21조 엔(약 200조 원)으로 예상된다. 두 기업의 순이익만 약 50조 엔에 달해 집계 대상 한국 기업 전체 이익의 약 70%를 차지한다.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로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한 첨단 메모리 수요가 폭증한 결과다.

이와이코스모증권의 사이토 가즈요시 수석 애널리스트는 "메모리 업체들은 주요 고객들과 장기 계약을 체결하고 있어 수급 부족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국 기업들의 높은 수익성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일본은 도요타자동차를 중심으로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의 자동차 산업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AI 메모리 반도체와 같은 초과 수익을 창출하는 분야에서는 한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혜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도요타를 비롯한 일본 주요 자동차 7개사의 올해 순이익 전망치는 합산 4조 8000억 엔 수준이다. 미국의 관세 정책과 전기차(EV) 시장 성장 둔화, 중동 전쟁에 따른 비용 부담 등이 자동차 업계의 성장세를 제약하고 있다.

이번 역전은 단순한 실적 변화 이상을 상징할 수 있다. 2000년대 일본 경제를 상징한 산업이 자동차였다면, 2020년대 들어서는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필수적인 메모리 반도체가 새로운 성장 축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 자동차 산업의 상징인 도요타는 2003년 이후 20년 넘게 일본 시가총액 1위 자리를 지켜왔지만, 최근에는 AI 투자 기대를 등에 업은 소프트뱅크그룹(SBG)에 선두 자리를 내줬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한국 기업 이익의 대부분을 견인하는 현상은 글로벌 산업의 무게중심이 AI 인프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줄 수 있다.

다만 증시 규모에서는 일본이 여전히 크게 앞선다.

일본 증시 시가총액은 약 8조 6000억 달러로 한국의 약 5조 달러를 웃돈다. 또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높은 의존도, 기업 지배구조 문제로 인한 '코리아 디스카운트' 역시 여전한 과제로 꼽힌다. 향후 12개월 예상 주가수익비율(PER)도 일본은 약 17배인 반면 한국은 약 9배에 불과하다.

최근 한국 정부가 상법 개정과 기업지배구조 개선에 나서면서 한국 증시에 대한 재평가 기대도 커지고 있다.

얼라이언스번스타인의 책임투자 담당자는 한국의 상법 개정에 대해 "일본이 기업의 자발적인 노력을 전제로 한 기업지배구조 코드에 의존하는 것과 달리 한국은 법적 구속력까지 활용하고 있다"며 "한 단계 더 나아간 접근"이라고 평가했다.

골드만삭스도 최근 보고서에서 "시장은 메모리 반도체 호황의 지속 기간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며 코스피 목표치를 기존 9000포인트에서 1만 2000포인트로 상향 조정했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