핌코 "AI 투자에 국채금리 상승?…그보단 전쟁발 인플레 탓"
"장기금리 급등 원인은 AI 투자보다 연준 금리 전망 변화"
"데이터센터 차입 충격은 아직…국채 헤지 기능도 유효"
- 신기림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인공지능(AI) 투자 붐이 미국 국채 금리 상승의 주범이라는 시장 일각의 분석에 대해 세계 최대 채권 운용사 핌코가 "아직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핌코의 멀티에셋 크레딧 전략가 로트피 카루이는 2일 보고서에서 최근 장기 국채 금리 상승은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경로에 대한 시장 기대 변화로 설명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밝혔다. AI 투자 확대에 따른 자금 조달 수요로 인해 장기 금리가 올랐다고 보기는 아직 이르다는 지적이다.
그는 "AI 인프라 구축이 장기적으로 채권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지만 투자자들이 현재 주목하는 금리 움직임의 주된 원인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AI 투자 확대가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을 가하고 장기적으로는 금리와 채권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현재 투자자들이 목격하고 있는 국채 금리 급등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최근 월가에서는 빅테크 기업들의 천문학적인 AI 투자 경쟁이 채권 발행 급증으로 이어지면서 장기 금리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돼 왔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와 알파벳, 아마존, 메타 등 주요 기술기업들은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전력 설비 구축을 위해 올해 수천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미국 기업들이 발행한 회사채 규모는 3000억 달러를 넘어섰고, 시장에서는 AI 투자 자금 조달이 국채시장까지 압박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됐다.
하지만 카루이는 현재 금리 상승의 원인을 다른 곳에서 찾았다. 그는 이란 전쟁 이후 인플레이션 우려가 재차 확대되면서 시장이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를 접고 오히려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반영하기 시작한 점을 핵심 배경으로 지목했다.
최근 미국 국채시장은 큰 폭의 매도 압력을 받았다.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올해 저점 대비 50bp(1bp=0.01%포인트) 이상 상승해 4.45% 수준까지 올랐고, 30년물 금리도 30bp 넘게 상승했다.
금리선물 시장에서는 연초만 해도 연내 금리 인하를 예상했지만 현재는 12월까지 금리 인상 가능성을 60% 이상 반영하고 있다.
카루이는 AI 투자 확대가 채권시장에 미칠 구조적 영향 자체는 인정했다. 그는 AI 인프라 구축을 위한 대규모 차입이 장기적으로는 투자자들이 장기채 보유에 요구하는 위험 프리미엄을 높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그 과정은 수년에 걸쳐 진행될 것이며 아직 본격화하지 않았다고 그는 지적했다. 기업들이 장기 회사채를 대거 발행하면 시장이 소화해야 할 장기채 물량이 늘어나면서 금리 상승 압력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듀레이션 공급 충격(duration supply shock)"은 그렇게 빨리 진행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듀레이션은 금리 변화에 대한 채권 가격의 민감도를 의미한다. 카루이가 말한 '듀레이션 공급 충격'은 AI 투자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장기 회사채 발행이 급증하면서 시장이 소화해야 할 금리 위험이 커지는 현상을 뜻한다.
카루이는 블룸버그 미국 투자등급 회사채 지수를 근거로 현재 시장의 평균 듀레이션이 코로나19 이후 고점보다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며 AI 투자 확대에 따른 채권 공급 충격은 아직 충분히 나타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그는 "AI 관련 신용 확대와 재정적자 증가, 대외 불균형이 확대된다고 해서 미국 국채가 자산배분 포트폴리오에서 헤지 수단 역할을 잃었다고 볼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의 경기순환적 요인과 장기 구조적 우려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shink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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