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 총재 "단순한 유가 문제 아냐…日인플레 체제 시험대"

인플레 장기화 경고…미즈호 "0.5% 금리인상이 더 나을 수도"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BOJ) 총재가 중동 전쟁에 따른 유가 상승이 일본의 물가 체계 전반을 흔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본은행이 다음 달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로이터,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우에다 총재는 27일 도쿄에서 열린 국제 금융 콘퍼런스 개막 연설에서 일본의 경험은 단순히 유가 충격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전체 인플레이션 체계(inflation regime)에 대한 시험이라고 말했다.

우에다 총재는 1970년대 이후 일본이 겪었던 오일쇼크를 언급하며 현재 세계 경제가 다섯 번째 오일쇼크에 직면해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일시적인 충격과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의 경계를 기계적으로 구분할 수 없다며 임금과 기대인플레이션, 가격결정 행동이 변할 경우 일시적 충격도 지속적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일본 기업들이 최근 원가 상승분을 소비자 가격에 전가하는 데 점점 더 익숙해지고 있다는 점도 우려 요인으로 지목했다. 우에다 총재는 초기 조건이 매우 중요하다며 이미 기대인플레이션이 높고 임금 상승세가 강한 상황에서는 2차 물가 파급효과 위험이 커진다고 말했다.

그는 또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 엔화 약세가 일본의 수입물가 상승 충격을 더욱 증폭시켰다고 설명했다. 현재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59엔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2022년 평균 환율인 131엔 수준보다 높아 엔화 약세가 심하다.

엔화 약세와 고유가 조합이 일본의 물가 상승 압력을 더욱 자극할 수 있어 금리인상 가능성은 한층 높아졌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현재 금리스와프(OIS) 시장은 일본은행이 다음 달 15~16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0.25%포인트 금리인상에 나설 가능성을 약 75% 수준으로 반영하고 있다.

미즈호파이낸셜그룹의 기하라 마사히로 최고경영자(CEO)는 일본은행이 오히려 더 큰 폭의 금리인상을 검토하는 편이 시장에는 나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기하라 CEO는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일본은행이 6월이나 7월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0.5%포인트 같은 과감한 인상이 오히려 채권시장에는 더 좋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보다 크게 올린 마지막 사례는 1990년 8월이다. 당시 일본은행은 부동산과 자산시장 과열을 억제하기 위해 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해 기준금리를 6%까지 끌어올렸다. 이후 버블 붕괴와 함께 일본은 장기 디플레이션 국면에 빠졌다.

하지만 일본은행이 현재 인플레이션 대응에 뒤처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논쟁도 커지고 있다. 기하라 CEO 역시 일본은행이 정책 대응에서 다소 늦은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 일본 국채금리가 급등한 것도 이란 전쟁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와 일본 재정 확대 가능성, 추가 금리인상 전망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기하라 CEO는 일본 정부가 에너지 위기 대응용 추가경정예산을 국채 발행 확대 없이 추진하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중동 상황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유·화학업체 고객들이 아직 원유 공급에는 큰 차질을 겪고 있지 않다면서도 문제는 가격 상승과 수익성 악화라고 설명했다. 미즈호는 중동 전쟁이 오는 8월쯤 해결되고 이후 몇 달 안에 상황이 정상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