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중동 리스크에 약세 압력…160엔 방어선 또 시험대

일본은행 총재, 유가 충격 장기화 가능성 경고

일본 엔화와 미국 달러, 유로, 영국 파운드 지폐 일러스트. 2025.05.04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달러당 엔화 환율(엔화 가치와 반대)이 159엔대로 엔저 흐름을 이어가며 일본 외환당국 개입 경계선으로 여겨지는 160엔선에 다시 근접하고 있다.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유가 상승과 일본의 에너지 수입 부담이 엔화 약세를 계속 압박하고 있다.

27일 아시아 장 초반 달러당 엔화 환율은 159.20엔 부근에서 움직이고 있다. 최근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BOJ)이 환율 방어에 나섰던 수준인 160엔에 근접했다. 160엔은 일본 정부가 외환시장 개입의 '레드라인'으로 여겨진다.

미국의 이란 공격 이후 달러 강세 흐름이 엔화를 끌어 내리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휴전 협상 기대가 이어지고 있지만 단기간 내 전쟁이 완전히 종료되기는 쉽지 않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휴전 합의까지 며칠이 더 걸릴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미국의 추가 공습으로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기대가 후퇴하며 달러가 힘을 받았다.

엔화는 전통적인 안전자산에 속하지만 오히려 약세 압력이 심하다. 일본이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의존도가 높아 유가 상승 충격에 상대적으로 취약하기 때문이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도 이날 국제 콘퍼런스 연설에서 중동 전쟁에 따른 유가 충격이 장기화할 가능성을 경고했다.

우에다 총재는 원유 가격 상승이 임금과 기대인플레이션, 환율 등에 따라 매우 다른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중앙은행은 원유 가격만 따로 떼어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일본은행이 다음 달 15~16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을 약 70% 수준으로 반영하고 있다.

다만 이날 우에다 총재 발언은 시장이 기대했던 수준만큼 강한 매파적 신호는 아니었다는 평가도 나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시장 참가자들이 우에다 총재 발언을 6월 금리인상을 강하게 시사하는 수준은 아니라고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에버리(Ebury)의 매튜 라이언 시장전략 책임자는 일본은행의 추가 금리인상 기대와 외환시장 개입 가능성이 엔화를 지지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일본 경제가 에너지 위기에 크게 노출돼 있다는 점이 엔화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라이언 전략책임자는 오는 30일 발표될 도쿄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일본은행 추가 긴축 경로를 결정할 핵심 변수라고 덧붙였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