핌코 "에너지 쇼크에 스태그플레이션 위험…금리인하 기대 과도"

성장 둔화·물가 상승 '이중 압박'…"채권·유동성 중심 재편" 권고

호르무즈 해협 지도와 3D 프린터로 제작한 송유관 모형. 2026.03.23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중동 전쟁으로 촉발된 에너지 공급 충격이 글로벌 경제에 스태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하면서 주요 중앙은행들이 시장 기대만큼 금리를 빠르게 인하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14일 글로벌 자산운용사 핌코에 따르면 최신 전망 보고서는 "중동 분쟁은 성장 둔화와 물가 상승을 동시에 초래하는 전형적인 공급 충격"이라며 "시장이 반영한 금리 경로보다 중앙은행들은 더 신중하게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이번 이란 전쟁이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복합적 불확실성(layered uncertainty)이라고 규정했다. 에너지 가격 급등과 공급망 교란, 금융 여건 긴축, 소비·기업 심리 위축 등이 동시에 작용하며 경제 전반에 하방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특히 유가 상승은 대부분 국가에서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반면 성장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구조다. 에너지 수입국인 유럽, 영국, 일본 등은 성장 둔화 위험이 더 크고 에너지 수출국은 상대적으로 수혜를 볼 수 있어 국가 간 격차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중앙은행 입장에서는 정책 대응이 더욱 어려워진 상황이다. 물가 상승 압력은 높아지지만 경기 둔화 위험도 동시에 커지면서 금리 정책을 둘러싼 '딜레마'가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금융시장은 전쟁 이후 금리 인하 기대를 일부 되돌리고 단기 금리 상승을 반영하는 등 정책 경로를 재조정하고 있다.

하지만 보고서는 "현재 시장은 금리 인상 또는 긴축 장기화를 과도하게 반영하고 있다"며 "중앙은행이 긴축 기대를 그대로 따라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상황이 2022년과 같은 고물가 국면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제시됐다.

당시와 달리 현재는 재정정책이 긴축적이고 노동시장도 상대적으로 완화돼 있어, 경제가 인플레이션보다는 실질 소득 감소와 성장 둔화로 충격을 흡수할 만큼 좀 더 견고하다는 설명이다.

물론 보고서는 경기 하방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 중앙은행이 더 빠르고 큰 폭의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도 열어뒀다. 보고서는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고 성장 둔화가 뚜렷해질 경우, 정책은 결국 완화로 전환될 수 있다"고 밝혔다.

투자 전략 측면에서는 불확실성이 높은 환경에서 고품질 자산과 유동성의 중요성이 커졌다고 강조했다. 핌코는 "현재 시장은 공격적인 베팅보다는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응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가 유리한 국면"라며 국채 등 고품질 채권 비중 확대를 권고했다.

특히 채권은 주식 변동성에 대한 헤지 수단이자 안정적인 수익원으로서 역할이 강화되고 있으며, 현재 금리 수준이 과거보다 높아 투자 매력도도 커졌다는 평가다.

이와 함께 사모대출(private credit) 시장에 대한 경계감도 드러냈다. 보고서는 "유동성이 낮고 가격 투명성이 떨어지는 직접 대출 시장에서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다"며 공모 채권 등 보다 유동성이 높은 자산으로의 이동을 제안했다.

아울러 원자재와 실물자산, 물가연동채(TIPS) 등 인플레이션 헤지 자산과 지역·통화 분산 투자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현재 시장을 "예측보다는 대비가 중요한 국면"으로 규정하며, 금리와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이 커진 환경에서 포트폴리오를 보다 방어적으로 재편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