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에 美국채금리 급등세…각국 정부, 한달새 820억달러 던졌다

해외 美국채 보유, 2012년 후 최저…유가충격에 달러 유동성 확보 나서

31일 서울 중구 명동 환전소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환전을 하고 있다. 중동발 불안 영향 등으로 원달러 환율이 1520원을 돌파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3월 10일(장중 최고 1561.0원) 이후 17년여 만의 최고치다. 2026.3.31 ⓒ 뉴스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이란 전쟁 여파로 유가와 환율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일부 국가를 중심으로 미국 국채 매도 압력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1일(현지시간) 파이낸셜 타임스(FT)에 따르면 뉴욕 연방준비은행에 보관 중인 외국 중앙은행 및 정부 등의 미 국채 보유 규모는 최근 약 2조7000억 달러로 감소했다. 2012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이번 이란 전쟁이 발발하기 직전인 2월 25일 이후 약 820억 달러 줄어든 것이다.

미 국채 매도는 에너지 가격 급등과 맞물린 것으로 보인다. 중동 긴장 고조로 국제 유가가 상승하면서 원유 수입국들의 달러 수요가 늘었다. 이에 따라 일부 국가들이 미 국채 중심의 외환보유액을 활용해 달러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미 국채를 매도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실제 신흥국을 중심으로 외환보유액 감소 흐름이 확인된다. 튀르키예 중앙은행은 2월 말 이후 약 220억 달러 규모의 외화자산을 줄였고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이 미 국채일 가능성이 제기된다고 FT는 전했다. 인도와 태국 역시 전쟁 이후 외환보유액 감소가 관측됐다. 하지만, 국채 매도와 달러 예금 감소 중 어느 쪽인지는 명확히 구분되지는 않는다고 FT는 덧붙였다.

외국 중앙은행들의 미 국채 매도는 외환시장 개입과 연계된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브래드 세처 미 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FT에 "원유 수입국들은 달러로 결제해야 하는 에너지 비용이 늘어나면서 보유 자산을 활용할 수밖에 없다"며 "환율 방어 과정에서 국채 매도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에이곤 자산운용의 스티븐 존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해외 채권국들이 미 국채를 현금화해 "비상 자금을 비축"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외국의 매도는 미 국채 금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채권 가격과 금리는 반대로 움직이는 만큼 매도 물량이 늘어나면 금리는 상승 압력을 받는다. 실제로 최근 미 국채 2년물과 10년물 금리는 이번 달 들어 2024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보유 국채가 다른 수탁기관으로 이동했을 가능성도 있지만 최근 감소 폭은 과거 대비 의미 있는 수준으로, 외국 중앙은행의 자산 운용 변화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FT는 지적했다.

단기적 대응과 구조적 변화 가능성이 동시에 존재하는 현상일 수 있다는 얘기다. 에너지 가격 상승과 환율 변동성이 맞물리며 나타난 일시적 자금 이동일 수 있지만, 동시에 달러 자산 의존도를 낮추려는 장기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고 FT는 분석했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