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10일째 하락…이란전쟁에 '안전자산' 죽고 물가·금리 연동

유가 급등→인플레 압력→금리 상승 예상에 금 매력 약화
달러 강세·포지션 청산 겹치며 사상 최장 하락 흐름

1일 서울 시내 금은방에서 직원이 골드바를 정리하고 있다. 2026.3.1 ⓒ 뉴스1 최지환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국제 금값이 10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사상 최장 하락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중동 전쟁이라는 지정학적 위험 속에서 인플레이션 우려와 금리 상승 기대가 맞물리면서 전통적 안전자산인 금의 매력이 크게 약해졌다.

24일 블룸버그 통신, CNBC 방송에 따르면 현물 금가격은 장중 최대 1.8% 하락하는 등 변동성을 보이며 온스당 4340달러 선까지 밀렸다. 앞서 금값은 직전 거래일까지 9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이미 이례적인 약세 흐름을 이어온 상태다.

금값은 지난 1월 말 사상 최고치 대비 20% 넘게 떨어져 약세장(베어마켓)에 진입했다. 지난주에는 약 10% 급락하며 2011년 이후 최악의 주간 성적을 기록했다.

전쟁에도 금이 안 오른다…인플레보다 금리 변수

이번 하락은 이번 이란 전쟁 초기와는 다른 양상이다. 통상 지정학적 위기 상황에서는 안전자산 수요가 유입되며 금값이 상승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에너지 가격 급등과 이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이 금값을 끌어 내리고 있다.

중동 전쟁으로 유가가 급등하면서 물가 상승 우려가 커졌고, 이는 주요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기대를 자극했다. 금은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자산인 만큼 금리가 오를수록 상대적 매력이 떨어지는 구조다.

여기에 투자자들의 포지션 청산도 금값을 끌어내린 요인으로 꼽힌다.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자 투자자들이 수익이 난 금을 먼저 매도해 현금을 확보하고, 주식이나 채권 등 다른 자산의 손실을 메우는 움직임이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현재 금 시장은 안전자산이라는 전통적 역할보다 인플레이션과 금리, 유동성 상황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국면에 들어섰다는 것이다.

유가와 반대로 움직인다…달러·금리·유동성 삼중 압박

스탠다드차타드의 수키 쿠퍼 글로벌 상품 리서치 책임자는 CNBC방송에 "금 가격 조정이 통상보다 더 가파르게 나타나고 있다"며 "극단적인 시장 스트레스 이후 금이 4~6주간 하락 압력을 받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에도 금값은 초기 급등 이후 수개월간 하락세를 이어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유사한 흐름이 나타났다.

시장에서는 최근 금 가격이 사실상 유가와 반대로 움직이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유가 상승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져 금리 인상 기대감을 불러와 금값이 떨어지는 구조가 작동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 달러 강세와 국채 금리 상승도 금값을 짓누르는 요인이다. 달러 가치가 오르면 달러로 가격이 매겨지는 금은 상대적으로 비싸져 수요가 줄어들고, 국채 금리가 상승하면 무이자 자산인 금의 투자 매력은 떨어진다.

금을 축적해 온 일부 국가들은 에너지 수입국이기 때문에, 전쟁으로 인해 석유 및 가스 수입비가 급증하면 금 매입에 재투자할 수 있는 달러 자금이 줄어든 측면도 있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다만 금의 장기적 상승 요인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지정학적 긴장과 각국 중앙은행의 금 매입 기조는 여전히 금 가격을 지지하는 요인으로 남아 있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