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싸도 빨리 받아야"…韓·日, 파나마운하로 美원유 긴급수송

중동공급 차질에 아시아 '대체물량 확보' 총력…최근 3척 한일 등 향해
유조선 파나마운하 통과는 2022년 후 처음…유조선 운임 급등

이란 전쟁 장기화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지속되자 오만 무스카트항 인근에 루오지아산 유조선이 정박해 있는 모습.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이란 전쟁 여파로 중동산 석유 공급이 차질을 빚으면서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정유사들이 비용 부담을 무릅쓰고 파나마 운하를 통해 미국산 원유를 긴급 공수하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최근 최소 3척의 유조선이 미국 걸프 연안에서 파나마운하를 통과해 아시아로 향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동 대신 미국산…"빠른 수송이 핵심"

대표적으로 그리스 선적 아프라막스급 유조선 '씨터틀(Sea Turtle)'호는 미국 휴스턴에서 원유를 선적한 뒤 파나마 운하를 통과해 한국 여수항으로 향했다. 미국 걸프 연안에서 원유를 실은 유조선이 파나마 운하 경로를 이용한 사례는 2022년 이후 처음이다.

100만 배럴 적재 용량의 라이베리아 국적 수에즈막스급 유조선 '아쿠아호너(Aquahonor)'호도 1600만 달러에 미국 걸프 연안에서 파나마 운하를 경유해 한국으로 원유를 운송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한 소식통에 따르면 또 다른 수에즈막스급 유조선인 홍콩 국적의 '프론트 싱가포르(Front Singapore)'호도 미국 걸프 연안에서 파나마 운하를 경유해 일본으로 원유를 운송하는 계약을 1400만 달러에 체결했다.

중동산 원유 공급이 차질을 빚자 아시아 정유사들이 확보 가능한 물량은 무엇이든 확보하는 상황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고비용에도 파나마운하 선택…"공급 확보가 우선"

파나마 운하는 미국 멕시코만 연안에서 아시아로 원유를 수송하는 데 널리 이용되던 경로였으나, 2023년과 2024년의 심각한 가뭄에 따른 통행 제한으로 대기가 길고 통행료가 비싸졌다.

현재 통행 제한은 완전히 해제되고 통행료도 인하되었으나, 선사들은 배럴당 운송 비용을 최대한 낮추기 위해 미국 연안에서 아시아까지 최대 200만 배럴의 원유를 실을 수 있는 초대형 원유 운반선(VLCC)을 주로 선택했다.

VLCC는 파나마 운하나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기에는 너무 크기 때문에, 태평양이 아닌 대서양을 건너 남아프리카의 희망봉을 돌아 동쪽으로 향하는 먼 경로를 주로 이용한다.

선박이 희망봉을 우회하는 것보다 파나마 운하를 통과시키는 것이 공급을 확보하는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케이플러의 맷 스미스 애널리스트는 로이터에 말했다. 현재 상황과 원유 확보 경쟁을 고려할 때, 아시아 정유사가 파나마 운하를 통과하는 유조선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전쟁이 바꾼 물류 지도…파나마 통행 증가 전망

이번 흐름 변화는 글로벌 에너지 물류 구조 자체를 바꾸고 있다. 미국 정부가 이란 전쟁 여파에 대응해 존스법(Jones Act)을 60일간 한시적으로 완화하면서 외국 선박의 미국 내 운송이 허용된 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존스법은 미국 항구 간 운송을 미국 선적 선박으로 제한하는 규제로, 이번 한시적 면제로 외국 선박의 미국 내 에너지 운송이 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파나마 운하를 통한 유조선 이동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가뭄으로 통행 제한이 있었던 파나마 운하는 현재 제약이 해소된 상태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재편의 핵심 경로로 다시 부상하는 것이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