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7 비축유 풀어도 유가 안정 한계…공급 충격 규모 압도적"
FT "위기 신호로 읽혀 유가 더 끌어올려 자극할 수도"
- 신기림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주요 7개국(G7)이 전략 비축유 방출을 검토하고 있지만 중동 전쟁으로 촉발된 글로벌 원유 공급 충격을 진정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수송이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비축유 방출만으로는 유가 변동성을 장기간 억제하기 어렵다는 시장 전문가들의 의견을 파이낸셜타임스(FT)가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현재 중동 전쟁 여파로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와 석유제품 흐름은 하루 최대 2000만 배럴까지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G7의 비축유 방출 소식에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밑으로 떨어지기는 했지만 근본적 공급 불안을 해결하기는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모건스탠리의 글로벌 원유 전략가 마르틴 라츠는 "비축유 방출이 유가를 낮추는 효과는 과거 사례를 보면 혼재돼 있다"며 "오히려 위기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신호로 받아들여져 가격이 더 오르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FT에 따르면 국제에너지기구(IEA) 회원국들이 보유한 공공 비상 원유 비축량은 약 12억 배럴 규모다. 이 가운데 약 9억 배럴은 원유, 약 3억 배럴은 휘발유·디젤 등 정제 제품이다. 여기에 석유회사와 트레이더, 정유사 등 민간이 보유한 재고 약 28억 배럴이 추가로 존재하며 이 중 약 6억 배럴은 정부가 통제 가능한 물량으로 분류된다.
다만 이 가운데 상당수는 파이프라인 이동 물량 등 상업적 운영에 필요한 재고여서 실제 시장에 즉각 투입할 수 있는 물량은 제한적이라고 FT는 지적했다.
과거 전략 비축유 방출 사례는 총 다섯 차례에 불과하다. 1990~1991년 걸프전,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2011년 리비아 내전,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이 대표적이다. 지금까지 최대 방출 속도는 하루 약 130만 배럴 수준이었다. 이론적으로는 하루 300만~350만 배럴까지 가능할 수 있지만 실제로 실행된 적은 없다.
반면 현재 중동 전쟁으로 발생한 공급 충격은 훨씬 크다. 평시 기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와 석유제품은 하루 약 2000만 배럴로 글로벌 공급의 핵심 축이다. 특히 아시아 국가들은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아 공급 차질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다는 점에서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에너지 분석업체 에너지애스펙츠의 키트 헤인스는 "이 정도 규모의 공급 차질을 가정한 시나리오는 거의 없었다"며 "아시아가 특히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은 현재까지 전략 비축유 방출 계획을 밝히지 않았다. 중국의 비축유는 약 120일 이상 규모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비축유를 방출하기보다는 국제 시장에서 원유 확보를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옥스퍼드 에너지연구소의 호스넬 연구원은 "비축유는 수입을 완전히 대체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공급 위기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며 "수입 가능한 원유가 있다면 계속 확보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shink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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