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미나는 유가' 하루 40달러 급등락…포성·트럼프 입에 출렁
유가 90→119→85달러대 '팬데믹 이후 최대 진폭'
- 신기림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국제유가가 이란 전쟁의 포화 속에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불확실성의 파도에 휩싸였다.
유가는 거의 하루 사이 배럴당 90달러에서 119달러까지 치솟았다가 다시 85달러대로 곤두박질쳤다. 하루 변동폭만 40달러에 육박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유가가 순간 마이너스 40달러라는 기상천외한 일이 벌어졌던 2020년 4월 이후 최대 진폭이다.
지난 24시간 동안 유가는 이란 전황과 트럼프의 한마디 한마디에 그야말로 냉탕과 온탕을 오갔다. 9일 오전 아시아 거래에서 유가는 119달러까지 치솟았는데 이란 전쟁에 따른 공급 차질 우려가 극에 달했기 때문이었다.
트럼프가 "이란 핵 위협을 제거하기 위한 '작은 대가'(small price)일 뿐"이라는 발언까지 더해지며 유가는 단숨에 120달러를 향해 돌진했다. 이란 전쟁의 '작은 대가'를 당장은 한국, 일본과 같은 아시아의 주요 동맹국들이 떠안을 수 있다는 공포가 시장을 지배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트럼프가 이란 전쟁에 대해 "예상보다 꽤 빨리 끝날 것"이라며 돌변하자 유가는 또다시 순식간에 100달러 밑으로 내려와 우리시간으로 10일 오전 85달러선으로 안착하고 있다. 국방부는 여전히 "이제 막 싸움을 시작했을 뿐"이라며 정반대의 메시지를 던졌다. 트럼프 행정부의 종잡을 수 없는 행보는 이제 금융시장을 넘어 이란전쟁의 현실마저 뒤흔들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 전쟁의 확전을 경고하면서도 조기 종전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종잡기 어려운 발언을 잇달아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 기자회견에서 이란이 중동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차단할 경우 미국의 공격 수위가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다면 우리는 그 지역을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하게 타격할 것"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전쟁이 비교적 빠르게 끝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그는 미국이 이미 이란 공군과 해군에 큰 피해를 입혔다며 당초 제시했던 4주 일정보다 훨씬 빨리 전쟁이 마무리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을 ‘승리’로 정의할 것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또 트럼프는 석유 제재 완화와 미 해군의 호르무즈 해협 유조선 호위 카드까지 꺼내들었다. 트럼프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전화로 이 문제를 논의했다고 밝히며 전장터는 물론 원유 시장 트레이더들까지 대혼란에 빠졌다. 트럼프가 진짜 이란 전쟁의 출구 전략을 짜는 것인지, 적은 물론 원유 시장도 속이는 연막 작전인지조차 감이 잡히지 않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란은 신정체제의 후계자로 하메네이 차남 모즈타바를 공식 선출하며 장기전 채비를 갖추는 분위기다.
이란은 드론과 미사일 공격을 확대하고 에너지 공급망을 교란해 글로벌 시장을 흔들어 미국과 이스라엘이 먼저 전쟁을 끝내도록 압박하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란이 군사적 승리가 아니라 시간과 경제적 충격을 무기로 한 '버티기 전쟁' 전략에 승부를 걸고 있다고 로이터는 분석했다.
이란 전쟁이 끝나가는 건지, 이제 막 새 국면에 접어드는 건지조차 감을 잡을 수 없다고 원유 시장 참여자들은 입을 모았다.
IG의 토니 시카모어 시장 분석가는 로이터에 "시장은 중동 갈등에서 명확한 출구 전략이 보이지 않는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며 "양측 모두 물러설 의사가 없어 보이며 경제적 피해가 확대될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shink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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