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1300억불 환급 대기에…'환급권 거래' 시장 열렸다

소송 기간·비용 부담인 중소기업들, 할인가에 투자사에 매각
대기업 중심 1800곳은 직접 소송으로 전액 환급 노려

뉴욕증권거래소(NYSE) 아메리칸(AMEX)에서 선물·옵션 트레이더들이 거래를 진행하고 있다. 2026.02.25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광범위한 관세가 연방대법원 판결로 무효화되면서 최소 1300억 달러 규모의 환급을 둘러싼 움직임들이 빨라지고 있다.

트럼프 정부를 상대로 소송에 나선 기업들은 1300곳에 달했고 월가 투자자들은 '관세 환급 청구권'을 할인 매입하는 새로운 투자 기회를 포착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40%에 팔까, 100%까지 기다릴까"…관세 환급권 시장

WSJ 보도에 따르면 최근 월가에서는 기업들이 향후 받을 수 있는 관세 환급금을 미리 할인된 가격에 매각하는 거래가 활발해지고 있다.

대법원 판결 이전에는 환급 청구권 가격이 액면가의 약 20% 수준이었지만, 판결 이후 약 40%까지 상승한 것으로 전해졌다. 즉, 기업이 100만 달러 환급 대상이라면 40만 달러에 그 권리를 매각하는 구조다.

대법원 판결로 환급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시장의 판단이 가격에 반영된 결과로, 투자자들은 향후 전액 환급을 전제로 장기 베팅에 나선 셈이다.

관세 환급권 거래는 법적으로는 단순한 채권 양도이지만 수익 구조만 보면 옵션 투자와 유사하다. 투자자는 할인된 가격에 권리를 매입하고, 환급이 확정될 경우 높은 수익을 기대하는 대신 불확실성을 감수한다.

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이 뜻밖의 투자 시장을 만들어 낸 것으로, 월가 투자자들이 관세 환급 청구권을 사들이며 기업들의 혼란을 수익 기회로 바꾸고 있다.

파산채권·세금환급채권 거래와 유사한 '클레임 트레이딩(claims trading)'의 일종으로 과거 리먼브러더스, FTX 파산 사태에서도 유사한 구조가 형성된 바 있다고 WSJ는 설명했다.

WSJ에 따르면 크리스마스 장식품, 의약품, 수입 식품 등을 판매하는 기업들이 청구권을 매각했고, 일부 중소기업은 복잡한 소송과 장기 절차를 감당하기보다 현금화를 택하고 있다.

중소기업 상당수가 소송 비용 부담으로 환급권을 매각해 불확실성을 줄이는 것이다. 반면 대기업들은 소송 비용을 감수하고 전액 환급(이자 포함)을 기다리는 전략을 취하는 경우가 많다고 WSJ는 전했다.

이 시장에는 약 300억 달러 규모 자산을 운용하는 킹스트리트 캐피털, 앵커리지 캐피털 등 헤지펀드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프리스, 오펜하이머, 스티펠 등 투자은행들도 중개 수수료를 받고 거래를 주선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1800개 기업 소송…"석면 소송급" 물량

페덱스를 시작으로 코스트코, 굿이어, 반스앤노블 뿐 아니라 프랑스 화장품 기업 로레알, 영국 가전업체 다이슨, 콘택트렌즈 제조사 바슈앤롬 등 최소 1800개 기업이 환급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10개월간 관세로 거둬들인 금액은 최소 1300억 달러에 달한다. 미 관세국경보호청(CBP)에 따르면 최대 30만 개 이상의 수입업체가 관세 적용 대상이었다.

관세 환급 소송은 뉴욕 소재 국제무역법원(CIT)이 담당한다. 다만 이 정도 규모와 잠재적 소송인은 전례가 없다는 평가다. 한 연방 소송 전문 변호사는 WSJ에 "석면 소송 수준의 물량이 한꺼번에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낙관적 전망에 따르면 환급까지 1~2년이 걸릴 수 있지만, 비관적 시나리오에서는 수년이 소요될 가능성도 있다는 WSJ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법원 판결에 불만을 표하며 환급 여부가 명확히 논의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CNN에 출연해 "하급심 법원 판단을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전 소송 과정에서 "관세가 위법으로 판결될 경우 기업은 이자까지 포함해 환급받을 수 있다"고 하급심에 설명한 바 있다.

하지만 베선트 장관은 이날 NBC 뉴스 인터뷰에서 "페덱스를 비롯한 기업들이 관세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했다면, 환급금을 어떻게 (소비자에) 되돌려줄 것인지 설명해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실제 환급 절차와 범위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일부 기업은 법원에 신속 환급 명령을 요구하고 있으며, 정부의 첫 공식 대응은 이번 주 후반 제출될 예정이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