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빅테크, 올해 AI 투자금 940조원 전망…"위험 국면 진입"

세계 최대 헤지펀드 운용사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분석

미국 성조기와 인공지능 관련 자료사진. 2023.12.21.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미국 대형 기술기업들이 올해 인공지능(AI) 인프라 확대를 위해 약 6500억달러(약940조원)를 투자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지난해 4100억달러에서 크게 늘어난 규모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 운용사인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는 23일(현지시간) 고객 서한에서 그렉 젠슨 공동 최고투자책임자(CIO)의 분석을 인용해 이같이 밝혔다.

투자 주체는 알파벳, 아마존,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등 4개 빅테크 기업이다. 미국 빅테크들은 데이터센터, 반도체, 전력 설비 등 AI 연산 수요를 감당하기 위한 물리적 인프라 확충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젠슨 CIO는 "AI 붐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인프라 투자와 외부 자본 의존 확대를 동반하는 '더 위험한 단계'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연산(컴퓨트) 수요가 공급을 크게 웃돌면서 하이퍼스케일러들이 수요를 따라잡기 위해 더욱 빠른 속도로 투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빅테크 기업들은 급증하는 설비투자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자사주 매입을 대폭 축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젠슨은 "투자 규모가 워낙 대형이기 때문에 어떤 변수라도 발생할 경우 하방 리스크가 상당하다"고 경고했다.

특히 앤트로픽과 오픈AI는 향후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대규모 자금 조달을 정당화할 수 있는 획기적 성과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뚜렷한 고수익 창출 경로를 제시하지 못할 경우 높은 기업가치와 막대한 자본 수요를 설득하기 어려울 수 있다.

AI 투자 확대는 다른 산업에도 부담을 주며 최근 소프트웨어 업종 주가 조정이 이를 반영한다고 젠슨은 분석했다. 젠슨은 "AI 선도 기업들이 투자자 기대를 충족하려면 소프트웨어 등 다른 산업에 구조적 위험을 초래할 수밖에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술기업의 대규모 투자가 미국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브리지워터는 평가했다. 지난해 기술 투자는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약 0.5%포인트 끌어올렸으며, 올해는 약 1%포인트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다만 이 같은 투자 붐이 기술·통신 장비 가격 상승과 일부 지역의 전력요금 인상으로 이어져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일 가능성도 제기됐다. 젠슨은 "만약 주식시장이 급격한 조정을 겪는다면 2000년 닷컴 버블 당시처럼 기업들의 자금 조달 능력이 위축될 수 있다"면서도 "현재 상황은 당시 보다 규모가 훨씬 작다"고 덧붙였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