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결산-세계경제]관세충격 딛고 美증시 날았다…AI·금 광풍

트럼프 관세전쟁 충격파 딛고 뉴욕증시 20% 안팎 상승…AI산업 주도
예상 뒤집고 달러가치 10% 하락…금·은 제외한 원유 등 원자재 대체로 약세

2025년 12월 2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사진 뒤로 한 트레이더가 분주하게 업무를 보고 있다.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2025년 세계 경제는 월가의 베테랑 분석가들조차 예측하지 못한 반전과 혼돈의 연속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귀환과 함께 시작된 미국 우선주의는 전 세계 금융 지도를 다시 그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 적대국을 가리지 않고 전 세계를 상대로 대대적 관세 전쟁의 포문을 열었다. 예일대 예산연구소에 따르면 미국의 실효 관세율은 2024년 말 2.5%에서 현재 17%로 치솟아 1935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월가 '처참한 오판'… S&P500 18% 상승 '예측치 두배'

4월 2일 상호관세 발표 직후 뉴욕 증시의 간판 지수 S&P500은 사흘간 15% 급락하며 시장은 패닉에 빠졌으나, 트럼프가 극단적 조치들을 일부 유예했고 거의 곧바로 회복했다. 이후 트럼프 관세 정책이 각국과의 잇단 협상 끝에 완화되며 시장은 안정을 되찾았다.

더 큰 문제는 월가가 트럼프 관세의 파급력을 완전히 오판했다는 점이다. 로이터통신은 "2025년은 금융시장에 있어 기억에 남을 만큼 격변의 해였다"며 "트럼프의 전략은 충분히 예고됐지만, 시장·성장·정책에 미친 영향은 월가 애널리스트들의 예상과 매우 달랐다"고 평가했다.

연초 관세로 증시 상승세가 주춤해질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S&P500은 당초 월가 예측치였던 6500선(연간 9% 상승)을 훌쩍 넘어 7000선(연간 18% 상승)을 향해 달려가며 예측치를 두 배 이상 뛰어넘는 성과를 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올해 21%, 다우 지수는 14% 상승세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존 F. 케네디 공연예술센터에서 열린 미국-사우디 투자 포럼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설을 지켜보고 있다. 엔비디아는 이날 자체 회계연도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62% 증가한 570억1000만달러(약 83조4000억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 AFP=뉴스1
관세 꺾은 AI의 힘…구글 65%·엔비디아 시총 1위 수성

트럼프 관세 정책이 시장을 흔들었지만, 인공지능(AI)이라는 거대한 물결은 막강했다. 4월 당시 반도체와 하드웨어 업종은 공급망 교란 우려로 직격탄을 맞기도 했지만 AI가 창출할 생산성 혁명에 무게가 옮겨갔다.

엔비디아를 필두로 한 '매그니피센트 7' 기업들은 관세로 인한 비용 상승을 AI 기술 도입을 통한 효율성 개선으로 상쇄하며 호실적을 실현했다. M7 평균 수익률은 약 24%를 기록하며 시장 수익률(S&P500 18%)을 상회했다.

특히 구글이 65% 급등하며 대장주 역할을 톡톡히 했고, 테슬라는 최악의 위기를 기회로 바꾼 한 해였다. 엔비디아 역시 관세 위협으로 인해 4월 한때 주가가 100달러 아래로 밀리기도 했으나, 연말 180달러선을 회복하며 시총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28일 서울 종로구 금은방 보명잉꼬에 실버바가 전시돼 있는 모습. 2025.12.28/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달러의 배신과 금·은의 '미친' 랠리

월가의 또 다른 오판은 달러였다.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가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고 통화정책을 긴축적으로 유지시켜 달러를 강세로 이끌 것이라는 게 연초 시장 컨센서스였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달러는 올해 상반기에만 주요 통화 대비 12% 급락했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금본위제를 폐지하고 변동환율제 시대를 연 1971년 이후 최악의 상반기 성적이다. 12월 30일 기준 달러의 올해 낙폭은 10% 수준이다. 트럼프의 정책 혼선에 따라 달러 익스포저가 줄어든 영향이었다.

달러 신뢰가 흔들리면서 다른 안전자산인 금과 은은 그야말로 '미친' 랠리를 펼쳤다. 연간으로 금은 70% 넘게, 은은 175% 폭등했다. 특히 은은 AI발 산업용 수요와 안전자산 수요가 동시에 터지며 강력한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원자재는 시장 전반으로 보면 부진했다. 특히 전쟁이 계속됐지만 원유 공급과잉은 줄어들지 않았다. 올해 중동에서 여러 차례 긴장 국면이 발생했고 원유가 배럴당 10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 유가는 전년 대비 20% 하락했으며 현재 배럴당 50~60달러선에 머물고 있다.

엔화와 스위스 프랑 같은 전통적 안전통화는 반쪽 성공에 그쳤다. 스위스 프랑은 강세를 유지했지만, 엔화는 연초 강세를 모두 반납했다. 일본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다카이치 사나에 신임 총리의 재정부양책 우려가 엔화 약세를 부추겼다.

또 글로벌 분쟁에 따른 전통적 방어섹터인 유틸리티나 필수소비재도 부진했다. 대신 독일을 비롯한 유럽의 재무장 기대감에 방위산업주는 날아 올랐다. 2025년 미국 항공우주·방위 산업주는 36% 상승했으며, 유럽 동종 업계는 55% 급등했다.

2017년 11월 2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시 자신이 지명한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2017.11.02. ⓒ 로이터=뉴스1
연준의 독립성 논란과 2026년의 과제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도 예상을 벗어났다. 1년 전 선물시장은 올해 금리 인하를 0.25%포인트 한 차례로 예상했지만 올해 9월, 10월, 12월 모두 3차례 인하를 단행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가 제롬 파월 의장에게 가한 정치적 압력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트럼프는 5월 파월 해임 가능성을 시사해 시장을 흔들었다. 하지만 '연준 독립성 훼손'이라는 중대 사안에도 증시는 오히려 금리 인하와 식지 않는 AI 열풍에 환호랠리를 펼쳤다.

2025년은 관세라는 파도가 높았지만, AI라는 엔진이 시장을 견인한 해였다. 다만 연말에 제기된 'AI 거품론'과 17%에 달하는 고관세의 실질적 비용 부담은 2026년 세계 경제가 넘어야 할 새로운 산으로 남았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