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성탄절 기습개입 대신 '매파적 입'…3각 공조로 환율 방어

우에다 일본은행 총재, 연설서 '제로 노멀' 시대 종언
다카이치 총리, 임금인상 압박…재무상 강력한 구두 개입

1000엔 지폐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일본이 엔화 약세를 막기 위해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는 직접적 시장 개입 대신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BOJ) 총재의 '매파적 입'을 빌려 환율 방어에 나섰다.

가타야마 사쓰키 재무상의 강력한 구두 개입으로 시장의 투기 심리를 1차 저지한 데 이어 우에다 총재가 금리인상 의지를 재천명했다. 또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기업의 임금인상을 압박하며 금리 정책의 정당성을 부여했다.

일본은 총리와 재무상, 중앙은행 총재가 정교하게 조율된 메시지를 순차적으로 던지는 방식으로 연말 외환시장의 불확실성을 통제하기 위한 방어선 구축에 나섰다.

우에다 "임금·물가 선순환 확신…금리 계속 올릴 것"

25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우에다 총재는 이날 일본 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 연설에서 "임금 인상을 동반한 2% 물가 안정 목표 달성이 착실히 다가오고 있다"며 "노동 시장의 수급이 타이트해지면서 최근 수년간 기업들의 임금 및 가격 설정 행동이 크게 변화했다"고 진단했다. 임금 상승을 동반한 물가 상승 메커니즘이 안정화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그는 "현재의 실질 금리는 여전히 상당히 낮은 수준"이라며, 일본은행의 전망이 실현된다면 금리를 계속 올리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우에다 총재는 "임금과 가격이 거의 변하지 않던 이른바 '제로 노멀' 상태로 돌아갈 가능성이 현저히 낮아졌다"며 일본 경제의 체질 개선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내년 봄 노사 임금협상(춘투)과 관련해 그는 "기업들의 적극적인 임금 설정 행동이 끊길 리스크는 낮다"고 분석했다. 노동력 부족 등 구조적 변화가 임금 상승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그는 장기적인 경제 성장을 위해 '사람에 대한 투자'와 '설비 투자'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경영자들이 2%의 물가 상승이 당연하다는 전제하에 임금 인상을 판단하게 된다면, 일본의 임금-물가 선순환 구조는 더욱 공고해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여기에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 역시 같은 행사에서 기업인들에게 "물가 상승률보다 빠른 속도로 임금을 올려달라"고 주문했다. 지난 두 차례 선거에서 물가 급등으로 고전했던 집권 자민당 입장에서는 엔저로 인한 수입 물가 상승을 막기 위해 일본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을 용인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19일 기자회견보다 더 매파적…엔저 저지 의지"

지난 19일 일본은행은 기준금리를 30년 만에 최고인 0.75%로 인상했고 시장에서는 내년 일본은행이 6개월마다 한 번씩 0.25%p씩 인상될 것이라는 전망을 가장 유력하고 보고 있다.

블룸버그는 이번 게이단렌 연설에서 우에다 총재가 19일 기자회견 당시보다 더 공격적인 '매파적' 톤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금리 인상 당일만 해도 우에다 총재는 향후 금리 인상과 관련해 "지표를 보고 신중하게 결정하겠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25일 연설에서 그는 실질금리가 극히 낮은 수준이라는 점을 반복해 강조하며 일본 경제가 임금과 물가가 함께 오르는 선순환 구조에 진입했음을 확언했다. 이는 시장에 "일본은행은 엔저를 방치하지 않으며, 내년에도 금리를 계속 올릴 것"이라는 확신을 심어주며 환율 하락에 일조했다는 평가다.

로이터 통신 역시 우에다 총재의 이번 발언이 "최근 엔화 약세를 저지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이라고 해석했다.

단순히 환율이 높아서 금리를 올리는 것이 아니라 물가상승률에 비해 금리가 턱없이 낮기 때문에 금리 인상은 정상화 과정의 일환이라는 논리가 작동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우에다 총재의 발언은 시장에 금리 인상의 당위성을 부여하고, 향후 인상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효과를 줄 수 있다.

환율 방어 총력…금리인상 당일 157엔 후반→성탄절 다음날 156엔 초반

지난주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엔화가 일시적으로 약세를 보였고 가타야마 재무상이 구두 개입에 나서는 등 정부의 압박이 거세진 상황이다. 시장 일각에서는 크리스마스 연휴 기간 거래량이 줄어 변동성이 극도로 커지는 시기에 일본 정부의 기습적 개입을 예상하기도 했다.

기습적 개입 대신 가타야마 재무상의 강력한 구두 개입에 이어 우에다 총재와 다카이치 총리가 동반해 엔저 차단 의지를 다지면서 환율을 방어한 것으로 보인다.

달러당 엔화 환율(엔화 가치와 반대)은 금리 인상 당일 19일 우에다 총재의 신중론에 157엔 후반까지 치솟으며 개입 저항선으로 여겨지던 160엔을 향해 치달아 엔저가 심했다.

하지만 22일 가타야마 재무상이 블룸버그와 인터뷰를 통해 '무제한 재량권'까지 언급하며 환율은 155엔 중반까지 떨어졌다. 우에다 총재의 게이단렌 연설이 전해진 이후인 25일 오후 5시 환율은 155엔 초반 수준으로 거래됐다. 26일 오전 10시 32분 기준 달러당 환율은 156엔 초반으로 0.16% 상승했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