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3분기 '불꽃 성장'에 양극화 그늘…부유층 지갑 의존 '한계'
GDP 성장률 4.3% 2년래 최고…"상위 20% 가구 소비 집중돼 양극화"
세탁기 등 내구재 소비 증가세 둔화…실질 가처분소득 제자리
- 신기림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미국 경제가 3분기 예상을 뛰어 넘는 성장률을 기록하며 2년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팽창했다. 하지만 세부 지표를 살펴보면 부유층 중심의 소비 편중과 정부 지출 확대에 기댄 결과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성장의 질적 측면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23일(현지시간) 미 상무부 발표에 따르면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연율 4.3%를 기록했다. 2분기 3.8%, 예상치 3.2%를 크게 상회하는 수준으로 2023년 2분기 이후 2년 만에 최고다.
관세 정책이 완화되면서 전반적으로 소비자 지출이 강력한 모멘텀을 형성하며 성장을 끌어 올렸다.
기록적인 성장세의 일등 공신은 전체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소비 지출이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특히 헬스케어, 해외 여행 등 서비스 분야의 지출이 성장을 견인했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관세 정책이 이번 경제 수치의 일등 공신"이라며 자신의 정책 성과를 강조했다.
하지만 이번 성장의 '낙수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질적 성장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마이클 피어스 수석 경제학자는 뉴욕타임스(NYT)에 "대부분의 성장 동력은 상위 20% 부유한 가구에서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물가 상승률을 반영한 실질 가처분 소득은 제자리 걸음으로 일반 서민들의 소득이 치솟는 생활비를 간신히 따라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저소득층은 여전히 소고기, 커피, 가구 등 생필품 가격 상승과 임금 성장 둔화로 고통받으며 세탁기 등 내구재 소비 증가율이 둔화했다.
블룸버그는 소득 계층 간 소비 격차가 더욱 뚜렷해졌으며, 자동차와 같은 내구재 구매는 오히려 줄었다는 점에서 소비의 이중구조가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성장의 동력 또한 불안정하다. 이번 GDP 수치에는 국방비 지출 확대와 관세 도입 전후의 수입 감소가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무역 부문이 전체 성장률의 1.59%포인트를 끌어올리는 착시 효과를 냈다. 반면 AI 데이터센터 등 비주거용 투자는 2.8% 성장에 그치며 전 분기(7.3%)보다 크게 둔화했다.
또 강력한 성장률은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하 행보에 제동을 걸 수 있다. 연준이 물가 목표치(2%)를 웃도는 근원 물가(2.9%)를 근거로 내년 금리 인하 횟수를 단 한 차례로 제한할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망했다.
정부 셧다운에 따른 여파와 이민 감소로 인한 잠재 성장률 저하, 그리고 주거용 투자 위축 등이 4분기 성장률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제프리스의 톰 사이먼스 수석 경제학자는 로이터에 "표면적으로는 경제가 질주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4분기에 이에 대한 대가를 치를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shink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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