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 해상봉쇄에 유조선들 유턴…中수출길 막혀 유가 급등
美당국의 나포·차단 잇따르며 하루 60만배럴 원유 수출 마비
'봉쇄 쇼크' 유가 4거래일째 상승…"내년 '공급 과잉' 전망은 유지"
- 신기림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국제 원유시장이 미국의 베네수엘라 해상 봉쇄에 대한 경계심 속에서 연말 연시 긴장감에 휩싸였다. 미국과 베네수엘라 사이 군사적 긴장 고조에 23일 미 서부텍사스원유(WTI) 기준 유가는 4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며 약 5% 뛰었다.
트럼프 행정부가 베네수엘라를 향해 선포한 '전면적 해상 봉쇄'의 영향으로 베네수엘라 항구의 원유 선적 작업이 사실상 중단되고, 접근하던 유조선들이 잇따라 기수를 돌리는 등 일대 혼란이 벌어지고 있다. 미 해안경비대의 유조선 나포와 추격전이 계속되면서 국제 유가는 공급 차질 우려로 크게 올랐다.
22일 로이터 통신과 선박 추적 데이터(LSEG)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인근의 유조선들이 수출용 원유 선적을 포기하고 국내 항만 간의 이동으로만 제한되거나, 아예 공해상에서 기수를 돌려 철수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제재 대상인 모든 베네수엘라 유조선의 출입을 봉쇄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미군이 실제로 행동에 나서며 유가에 지정학적 불안 변수가 반영됐다. 베네수엘라의 하루 약 60만 배럴에 달하는 대(對)중국 수출 물량이 완전히 끊길 위험이 가격에 반영된 것이다.
미 해안경비대는 지난 10일 초대형 유조선(VLCC) '스키퍼(Skipper)'를 나포한 데 이어, 지난 주말 원유를 싣고 중국으로 향하던 '센추리스(Centuries)' 호를 나포했으며, 제재 대상인 공선(Empty ship) '벨라 1(Bella 1)' 호의 입항을 차단하고 추격에 나섰다.
특히 파나마 정부는 미국에 억류된 센추리스호가 선명을 조작하고 위치추적 장치를 끄는 등 해상 규정을 위반했다며, 해당 선박의 등록을 취소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미국의 조치에 힘을 실었다.
수출로가 막힌 상황에서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사 PDVSA는 설상가상으로 내부 시스템 마비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지난주 발생한 사이버 공격으로 중앙 관리 시스템이 복구되지 않아 업무가 수기로 진행되고 있다.
이로 인해 현장 근로자들의 임금 지급이 지연되는 등 내부 행정망이 사실상 마비된 상태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PDVSA 사이버 공격의 배후로 미국을 지목하며 '사이버 쿠데타'라고 비난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폭발하며 급등한 국제 유가에 대해 단기적인 변동성과 장기적인 하방 압력이 충돌하는 '복합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지정학적 프리미엄에 따른 60달러대가 유지되겠지만 중장기적으로 공급 과잉으로 결국 60달러 밑으로 떨어진다는 것이다.
UBS와 트레이딩 이코노믹스는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 수위가 '전면전' 수준으로 격화되거나 중국이 보복 조치에 나설 경우, 심리적 저항선인 70달러를 일시적으로 돌파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봤다.
반면, 골드만삭스와 JP모건 등 대형 투자은행들은 내년 하반기로 갈수록 유가가 하락할 것이라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한다. 지정학적 불안으로 일시적 공급 차질이 빚어져도 미국·브라질 등 비OPEC 국가들의 생산량이 수요 증가분(하루 약 120만 배럴)을 훨씬 상회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shink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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