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거품 붕괴' 가속…비트코인 장기보유자 '190조' 현금화

버티던 큰손들 매도 나서…비트코인 보유기업·채굴업체 타격
생존전략은 액티브 관리와 리스크 헤지…내년 순매수 우위 낙관론도

가상자산 비트코인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가상자산 시장이 최근 급격한 하락장을 겪은 이후 투자자들이 극도로 신중한 태도로 돌아서며 시장 구조가 재편되고 있다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 가상자산 비트코인 가격이 고점 대비 30% 가량 떨어지면서 그동안 시장을 지탱해 온 장기 보유자들이 사상 유례없는 속도로 물량을 쏟아내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가 인용한 K33리서치에 따르면 2년 이상 휴면상태였던 비트코인 물량이 2023년 초 이후 약 160만개 줄어 들었다. 현재 가치로 약 1400억 달러(약 190조 원)에 달하는 잠들어 있던 비트코인이 매물로 유통시장에 유입된 것이다.

특히 2025년 들어서만 1년 이상 잠들어 있던 비트코인 중 약 3000억 달러어치가 다시 시장에 유통되기 시작했다. 초기 투자자인 이른바 'OG(오리지널 갱스터)'들이 비트코인 가격이 10만 달러를 넘긴 시점을 기점으로 대규모 이익 실현에 나선 것이다. 문제는 OG의 매도물량을 받아줄 매수세가 예전만 못하다는 점이다.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로의 자금 유입이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일반 투자자들의 참여도 눈에 띄게 줄어들면서 가격이 강력한 하방 압력을 받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평가했다.

이번 하락장에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곳은 비트코인을 대량 보유한 기업(Treasury companies)들과 채굴업체다.

스트래티지처럼 회사 자산 대부분을 비트코인으로 채운 기업들은 그동안 비트코인 가치보다 높은 프리미엄을 받고 주식 가격이 형성되어 왔다. 그러나 비트코인 가격이 10월 고점 대비 하락하자 이러한 프리미엄이 순식간에 사라졌고, 스트래티지의 주가는 고점 대비 54% 폭락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비트코인 버블 붕괴 공포에 아이렌, 라이엇과 같은 비트코인 채굴업체들은 저렴한 전력을 무기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로 사업 방향을 틀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2028년까지 부족한 데이터 센터 전력의 상당 부분을 비트코인 채굴업계가 메울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이러한 전환과정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부채와 수익성 악화가 채굴업체 주가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로이터는 지적했다.

비관적인 상황 속에서도 액티브 관리와 리스크 헤지를 통한 긍정적 신호도 포착된다. 과거처럼 단순히 비트코인을 사서 보유하기만 하는 전략은 한계에 부딪혔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리스크를 능동적으로 관리하는 '액티브 관리' 전략이 부상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과도하게 레버리지를 일으킨 종목을 피하거나 옵션 매도 등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액티브 ETF들이 하락장에서도 상대적으로 양호한 성적을 내고 있다. 특히 하버드대 기금과 유럽·중동의 국부펀드들이 블랙록의 비트코인 신탁 지분을 늘리는 등 기관들의 진입은 계속되고 있다.

코인베이스 인스티튜셔널은 가상자산 시장이 점차 전통적인 원자재나 부동산 시장처럼 규제된 거래소와 정밀한 리스크 관리 도구를 갖춘 성숙한 시장으로 변모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K33 리서치의 베틀 룬데 분석가는 "전체 공급량의 약 20%가 지난 2년간 시장에 재유입되었다"며 "과거 패턴으로 볼 때 장기 보유자들의 매도세는 이제 포화 상태(Saturation)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2026년부터는 매도 압력이 잦아들고, 제도권과의 통합이 심화되면서 다시 순매수 우위의 시장으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했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