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빅테크, 동남아 데이터 센터 임대해 엔비디아칩 활용"

FT "알리바바·바이트댄스, AI 모델 훈련…미국 규제 우회"

알리바바 큐웬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중국의 알리바바와 바이트댄스가 미국 규제를 우회하기 위해 동남아시아 데이터센터에서 최신 대형 언어모델(LLM)을 개발하며 엔비디아 칩을 활용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초 전임자 조 바이든의 '확산 규칙'을 폐지하면서 중국 IT 기업들이 합법적으로 데이터센터를 임대해 칩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확산규칙은 인공지능(AI) 칩 수출 통제 조치로, 중국이 제3국을 통해 미국산 고성능 반도체를 우회 수입하지 못하도록 동맹국 중심으로 칩 공급을 재편하려는 규정이었다.

트럼프의 확산규칙 폐지 이후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에서 데이터센터 클러스터가 급격히 성장했는데, 중국 수요가 주요 동력으로 작용했다. 동남아 데이터 센터는 미국 빅테크가 사용하는 것과 동일한 고성능 엔비디아 칩을 갖추고 있다.

덕분에 알리바바의 큐웬과 바이트댄스의 두바우 모델은 세계적으로 상위권 성능을 확보했다. 특히 큐웬은 오픈소스로 공개돼 글로벌 개발자들 사이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

또 알리바바와 바이트댄스는 동남아 뿐 아니라 중동에서도 데이터센터를 통해 해외 고객을 지원하며 글로벌 클라우드 시장 점유율 확대를 노리고 있다.

하지만 화웨이, 딥시크처럼 독자노선을 구축하는 전략도 동시에 진행중이다. 딥시크는 미국의 수출 금지 이전에 엔비디아 칩을 대량 확보해 국내에서 모델을 훈련했고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반도체 제조사들과 협력해 차세대 AI 칩을 최적화·개발 중이다.

결국 미국 규제는 중국의 기술 자립을 압박하는 동시에 중국 기업들이 해외 인프라와 자국 칩 생태계 강화라는 이중 전략을 추구하는 환경을 조성한 것이라고 FT는 지적했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