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美·유럽 대신 기후대응 리더로…값싼 재생에너지로 신흥국 주도
美 빠진 COP30에 부총리 보내…"친환경·경제성장 균형 맞추자" 리더 자처
태양광·풍력·배터리 등 친환경 기술력 급속 발전…개도국 에너지전환 가속 이끌어
- 양은하 기자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인 중국이 세계 기후변화 위기 대응을 주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기후정책 후퇴로 사실상 국제협상 무대에서 이탈한 가운데 중국이 값싼 재생에너지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 재생에너지 공급자가 되면서다.
1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중국발 친환경 기술 홍수, 세계 기후 정치를 뒤흔들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새로운 재생에너지 강국으로 떠오른 중국을 조명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자국내 태양광 패널, 풍력 터빈, 배터리 등 재생에너지 시장이 포화에 이르자 넘치는 생산력을 에너지 부족 국가인 개발도상국으로 돌리고 있다. 단순히 수출에 그치지 않고 베트남의 태양광 패널 공장이나 브라질의 전기차 공장에도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는 등 현지 생산에도 나섰다.
이는 세계 에너지 전환의 속도를 가속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브라질, 인도, 베트남은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비중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나이지리아는 자국 최초 태양광 패널 공장을 짓고 있으며 칠레의 산티아고는 최근 몇 년간 버스 절반 이상을 전기버스로 전환했다. 에티오피아는 내연기관차의 신규 수입을 전면 금지했고 네팔은 전기차 수입 관세를 크게 낮춰 내연기관차보다 저렴하다.
이같은 전환은 단지 기후정책이 아닌 경제정책의 변화이기도 하다. 어느 나라보다 적극적으로 탈(脫)화석연료 정책을 추진한 중국은 급격한 기술 발전으로 재생에너지 가격을 크게 낮췄으며, 이에 개발도상국들이 더 이상 화석연료 수입에 의존하지 않고도 에너지를 확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외화보유고 압박을 줄이는 효과도 있다.
환경 연구·옹호 단체인 세계자원연구소(WRI)의 아니 다스굽타 소장은 "이는 경제 성장과 온실가스 감축이 동시에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개발도상국들이 기후정책의 중심으로 들어왔다고 지적했다.
존스홉킨스대의 넷제로정책연구소에 따르면 2011년 이후 중국의 전 세계 제조업 투자액은 총 2250억 달러를 넘어섰으며 그중 4분의 3이 '글로벌 사우스'(남반구 신흥국)라 불리는 국가들로 향했다.
NYT는 "간단히 말해 (기후정책의) 중심이 이동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10년 전 파리협정이 체결될 당시 미국과 유럽 같은 부유한 산업 국가들이 개발도상국에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라고 압박하던 때와는 완전히 다른 풍경이라는 것이다.
여기에는 기후변화 위기에 냉담한 트럼프 행정부의 영향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인 2017년 파리협정을 공식 탈퇴했다. 이후 2021년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하며 파리협정에 재가입했으나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 이후 다시 탈퇴했다.
이날 개막해 21일까지 브라질 벨렝에서 열리는 제30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30)에도 미국은 고위급을 파견하지 않았다.
반면 중국은 이제 스스로를 '세계 안정의 기둥'으로 자처하고 있다. 딩쉐샹 중국 상무위원 겸 국무원 부총리는 COP30 연설에서 "녹색·저탄소 전환은 시대의 흐름"이라며 "환경보호·경제성장·일자리·빈곤퇴치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각국에 친환경 기술에 대한 무역장벽을 낮출 것을 촉구했다.
올해 중국의 태양광 패널, 풍력 터빈, 배터리 수출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중국은 전 세계가 재생에너지 도입에 더욱 박차를 가하도록 하는 데 점점 더 큰 관심을 보인다고 NYT는 지적했다.
미국과 유럽은 자국 산업을 약화시키는 중국의 지배력 확대에 우려를 표하고 있지만 신흥국들은 이러한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브라질 외교관 코레아 두 라구는 "중국에 배출량을 줄이라고 해놓고 값싼 전기차를 퍼뜨린다고 불평할 수는 없다"며 "기후를 걱정한다면 오히려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yeh2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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