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의 지식 노동자 위기…'종말' 혹은 '진화' 갈림길
- 신기림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글로벌 컨설팅 업계를 선도하는 액센츄어의 대규모 인력 감축이 인공지능(AI) 시대에 접어든 지식 노동의 미래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를 비롯한 주요 외신들은 AI가 단순한 비용 절감을 넘어, 기업들이 '즉시 AI 전력' 확보를 위해 인력 운용의 패러다임을 급격히 바꾸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액센츄어는 AI 시대를 맞아 재교육을 통해 새로운 기술을 습득할 수 없는 인력을 '퇴출(exit)'시키고, 8억 6500만 달러 규모의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 같은 구조조정의 배경은 '재교육의 비효율성'에 대한 기업의 냉철한 판단이 깔려 있다고 FT는 지적했다.
기존 직원의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투입 대비 성과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액센츄어 경영진은 "재교육이 실현 가능하지 않은 사람들을 정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미 핵심 기술 인력을 확보한 외부 인력으로 충원하는 것이 훨씬 현실적인 기업 생존 전략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전까지 주니어 레벨의 컨설턴트들이 수행하던 데이터 수집, 분석 초안 작성, 반복적인 보고서 작성 등의 업무는 이제 AI가 훨씬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할 수 있다. 이는 지식 노동 계층의 중간 허리가 무너지는 현상을 초래한다.
이러한 인력 재편의 흐름은 보스턴컨설팅그룹(BCG), 베인앤컴퍼니와 같은 다른 빅 컨설팅 업체들과 빅테크 기업들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나고 있다. 기업들은 새로운 AI 기술을 갖춘 인재를 빠르게 확보해 AI 기반 서비스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속도전'에 돌입했다.
AI가 인력을 대체할 것이라는 공포 속에서 인간의 역할이 근본적으로 재정의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올해 2월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 보고서는 "미국 노동자들이 AI를 통해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AI는 일자리를 완전히 없애기보다는 일의 성격을 변화시키는 '증강 도구'로 작용하고 있다.
일반 사무직, 데이터 입력, 초급 분석업무 등의 직종은 AI에 의해 자동화 위험이 높은 반면 복잡한 문제 해결력, 창의성, 비판적 사고, 공감력, 전략적 판단 등 인간 고유의 영역을 다루는 직업은 살아 남을 것이라고 미국 언론 USA 투데이는 예상했다.
AI 시대의 지식 노동자는 단순히 AI라는 도구를 사용하는 사람을 넘어 어떤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지 정의하고, AI가 도출한 결과를 비판적으로 해석하며, 최종적인 전략을 수립하는 '최상위 의사결정자'로서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shinkirim@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