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비상사태' 꺼내든 트럼프…집값과의 전쟁으로 연준 흔들기
베선트 재무장관, 언론 인터뷰서 주택 문제 긴급한 과제 지목
내년 중간선거 앞두고 연준 금리인하 압박 수단…역효과 우려도
- 신기림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올가을 '전국 주택 비상사태'를 선포할 수 있다고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이 밝혔다.
주택 비상사태는 공화당의 핵심 공약으로 주거비 부담을 줄인다는 전략인 동시에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인하 압박 카드로 해석된다.
베선트 장관은 1일(현지시간) 정치 보수매체 워싱턴이그재미너와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올가을 '전국 주택비상사태'를 선포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주택 가격 상승과 공급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마련하겠다는 의지다.
베선트 장관은 같은 날 로이터와 인터뷰에서도 향후 몇 주 안에 주택비 급등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조치를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베선트는 주택 문제가 "전 부처를 총동원(all hands on deck)"할 필요가 있는 긴급한 과제라고 표현했다.
주택 경제성을 공화당의 2026년 11월 중간선거에서 핵심 전략으로 삼는 것이다. 베선트는 건축 허가 절차 간소화 및 표준화 촉진 방안도 검토 중이며, 이는 주택 공급 확대와 비용 절감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국가비상사태는 대통령이 의회 승인 없이 행정력을 광범위하게 동원할 수 있는 수단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이민, 무역, 워싱턴 D.C. 범죄 문제 등을 이유로 이미 9차례 비상사태를 선포한 바 있다.
주택 비상사태 선포는 선거 전략인 동시에 연준의 금리인하 압박 수단으로도 쓰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들어 연준의 높은 금리 정책이 주택시장을 침체시키고 정부의 재정 부담을 키웠다고 강하게 비판해왔다.
최근 트럼프는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관련 부정 의혹을 제기하며 리사 쿡 연준 이사에게 해임을 통보하고 연준 이사회 재구성을 통한 금리 인하 압박에 나섰다. 트럼프는 "곧 연준 이사회의 과반을 확보할 것"이라며, 금리 인하가 가능해질 것이라는 메시지를 노골적으로 던지고 있다.
베선트 장관 역시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금리가 내려가면 부동산 거래와 주택 판매가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하며 저금리 대출에 묶여 있던 주택 소유자들이 기존 주택을 시장에 내놓도록 유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주택 비상사태를 선포해 연준이 금리를 인하하도록 압박하는 것은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텍사스대 캐롤라 바인더 경제학 교수는 USA 투데이에 주택시장이 연준의 우선 순위가 아니라고 말했다.
연준이 물가 안정화에 영향을 끼치는 범위 내에서 주택가격을 고려하겠지만 주택시장을 부양하거나 안정화하는 것이 연준의 임무는 아니라고 그는 설명했다.
더구나 모기지 금리는 연준의 기준금리보다 미국 국채 10년 만기 수익률(금리)의 경로를 따른다.
또 트럼프는 연준이 기준금리를 당장 3%포인트 인하해야 한다고 압박하지만 급격한 금리인하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연준이 자율성을 잃고 금리를 크게 낮추면 인플레이션과 경제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를 키워 오히려 10년물(장기) 금리를 더 끌어올릴 수 있다고 전 연준 의장인 재닛 옐런은 경고했다.
shink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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