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상호관세, 항소심도 제동…각국 대미 협상전략 변수 추가

연방항소법원 "IEEPA 근거한 관세 부과, 대통령 권한 벗어나"
"美 무역압박 강도 높이면서 신흥국은 '미중' 전략적 선택 강요받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내각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08.26. ⓒ AFP=뉴스1 ⓒ News1 류정민 특파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재차 법적 제동에 걸리면서, 동아시아 국가들은 미국의 압박과 중국의 영향력 사이에서 전략적 선택을 강요받는 외교적 시험대에 올랐다.

트럼프 관세 정책 '법적 제동'…지정학 판도 격변

지난주 워싱턴 연방항소법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을 근거로 시행한 관세가 법적 권한을 벗어났다고 판단했다.

뉴욕주의 레티샤 제임스 법무장관은 "대통령이 가짜 경제 비상사태를 만들어 수십억 달러의 관세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며 "트럼프 관세는 미국 가계와 기업에 부담을 주는 세금"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판결은 세계 각국을 상대로 부과된 상호관세와 멕시코, 중국, 캐나다 등에 대한 펜테닐 관세처럼 IEEPA를 근거로 한 관세에 적용되며, 향후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시 수백억 달러 규모의 환급 요구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다른 법률에 근거한 품목별 관세는 해당되지 않는다.

법원은 10월 중순까지 당분간 관세 효력을 유지한 채 소송을 이어갈 수 있도록 허용했고, 트럼프 행정부는 대법원 상고를 예고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관세가 철회되면 미국 외교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라며 "위험한 외교적 굴욕"을 경고했다.

트럼프의 관세 전략은 법적 제동과 외교적 반발 속에서 재편을 요구받고 있으며, 각국은 자국의 이익을 중심으로 미·중 사이에서 새로운 균형점을 모색하고 있다. 관세 전쟁은 단순한 경제 정책을 넘어 글로벌 지정학의 판도를 흔드는 변수로 작용한다.

인도-중국 밀착, 멕시코는 美와 협력…한일 협상 재검토 시도

법적 혼란 속에서도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으며, 신흥국들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정치·경제적 선택을 강요받는 상황에서 서로 다른 길을 향하고 있다고 야후파이낸스는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인도는 중국·러시아와 밀착하는 분위기인 반면, 멕시코는 미국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형국이다.

인도는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지속하면서 미국의 50% 관세 대상에 포함되었고,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7년 만에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회담을 가졌다. 시러큐스대 데바시시 미트라트라 교수는 야후파이낸스에 "트럼프가 만든 환경 속에서 인도와 중국이 상호 이익을 찾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반면 멕시코는 미국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멕시코 정부는 중국산 자동차, 섬유, 플라스틱 제품에 대한 신규 관세를 2026년 예산안에 포함할 예정이며, 이는 미국과의 공급망 재편 협력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일본과 한국도 트럼프의 무역 압박 속에서 대응전략에 몰두하고 있다. 일본은 자동차 관세 인하 약속 이행을 요구하며 협상을 연기했고,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주 워싱턴을 방문해 보다 유리한 조건을 요구했지만 트럼프는 "우리는 같은 조건을 유지했다"고 밝혔다.

아시아소사이어티의 웬디 커틀러 부회장은 야후 파이낸스에 "EU는 자국 내 승인 절차를 재검토할 수 있고, 일본과 한국은 구두 합의만 있는 상태에서 미국의 법적 불확실성이 해소될 때까지 협상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전망했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