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이사 해임' 트럼프 강공 파장…"美경제 불확실성 증폭"

쿡 이사 해임으로 연준 통제력 강화 시도…트럼프 "곧 과반 확보"
"연준 독립성 훼손시 연준 인플레 대응 지연…대출금리 등 상승"

연방준비제도(연준)의 리사 쿡 이사(왼쪽)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AFP=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의 독립성을 위협하면서 경제적 불확실성이 더욱 짙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리사 쿡 연준 이사를 전격 해임하며 연준의 통화정책에 대한 통제력을 키울 기회를 엿보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연준 이사회는 제롬 파월 의장을 포함해 모두 7명으로 여기에 지역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들 12명 중에서 뉴욕 총재를 당연직으로 하고 4명이 돌아가면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구성해 총 12명이 금리를 결정한다.

이사회 7명 중에서 현재 1석이 공석으로 쿡 이사까지 해임되면 트럼프가 2명의 이사를 새로 지명할 수 있게 된다. 현재 이사회에서 이미 2명의 이사가 트럼프의 금리인하 정책에 동조하고 있어, 새로 지명될 인사까지 포함하면 친트럼프 성향의 이사들이 과반을 차지하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후임 이사 지명 계획에 대해 언급한 뒤 "곧 과반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WP에 따르면 12개 지역 연은의 총재 임기는 내년 2월 일괄 갱신된다. 지역 연은 총재를 재임명하거나 교체하려면 연준 이사회의 승인이 필요하다. 이사회 구성은 트럼프에게 유리하게 바뀔 경우 지역 총재들도 트럼프 정책에 우호적인 인물로 교체될 가능성이 있다.

연준은 이날 연준의 독립성을 강조하며 쿡 이사를 옹호하고 나섰다. 연준은 성명을 통해 "연준 이사들은 장기간의 임기와 해임 방지 장치를 보장받고 있다"며 "이는 통화정책 결정이 데이터, 경제 분석, 미국 국민들의 장기적 이익에 기초하도록 보장하는 중요한 안전장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준은 항상 그래왔듯 법원 결정에 따를 것"이라며 쿡 이사의 소송 제기 계획을 옹호했다.

트럼프가 쿡 이사를 전격 해임한 것은 정치적으로 연준을 공격해도 지지율이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WP가 인용한 2024년 9월 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가 연준에 대한 공격을 시작하기 이전부터 공화당 지지층은 민주당보다 연준에 대한 신뢰도가 낮았다.

조사에 따르면 공화당원의 19%만 연준의 성과를 우수 혹은 양호로 평가한 반면 민주당주당원의 48%는 연준의 성과를 양호라고 평가했다. 공화당원 사이 연준 정책에 대한 불신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백악관 관계자는 트럼프의 쿡 해임에 대해 WP에 "정치적 의도가 아니라 연준의 통화정책 결정 방식 자체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가 개인적 또는 당파적 이유가 아니라 연준의 금리 결정 방식에 구조적 문제가 있다고 보고 개편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현직 연준 이사를 임기 중에 내쫓으려는 시도는 연준의 독립성과 미국 경제 전반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비판이 높다. 트럼프가 금리 인하를 고집할수록 연준의 인플레이션 대응이 지연될 위험이 커진다고 WP는 경고했다.

연준의 인플레 통제력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무너지면 주택담보대출(모기지)과 같은 장기 대출에 대한 이자가 높아질 수 있다. 결국 금리를 낮추려는 트럼프의 의도와 정반대로 장기 대출 비용을 더 높이는 역풍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에버코어 ISI의 크리슈나 구하 이코노미스트는 연준 이사회의 '트럼프화'를 우려하며 "차기 연준 이사들이 대통령의 압력으로부터 보호받기 위한 법적 장치가 점점 약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