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관세 100%'에 韓·대만 "우린 아냐" 혼란…그럼 中 노렸나

트럼프 "미국 내 공장 짓거나 약속하면 면제"…중국 압박용 해석도

애플의 팀 쿡 최고경영자(CEO)가 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함께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애플의 미국 제조업에 대한 1000억 달러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2025.8.6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에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폭탄 발언'을 내놓으면서 글로벌 공급망에 일대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반도체를 핵심 수출 산업으로 삼는 한국과 대만은 즉각 자국 기업들은 100% 관세 대상이 아니라며 수습을 시도했다.

7일 AFP 통신에 따르면 류친칭(劉錦清) 대만 국가발전위원회 주임은 국회 브리핑에서 "TSMC는 미국에 공장이 있기 때문에 트럼프가 언급한 100% 관세에서 면제된다"고 밝혔다.

한국의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도 이날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실제로 100% 관세를 맞을 가능성은 없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여 본부장은 한국이 반도체 관세 '최혜국 대우'를 약속받았고 유럽연합(EU) 반도체 관세가 15%로 합의된 점도 근거로 들었다.

이날 트럼프의 반도체 관세 발언은 단순한 수치 이상으로 시장에 충격을 줬다. 블룸버그는 "100%라는 수치는 애널리스트들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다"고 평가했다. 트럼프가 제시해온 품목별 관세는 25%에서 시작해 50%로 상향됐으며, 최근에는 100% 단위 예고가 잦아지고 있다. 의약품에 대해서는 150%, 250%까지 단계적 인상을 언급한 바 있다.

다만 트럼프는 이번에도 예외 조항을 함께 언급하면서 여지를 남겼는데, 이 때문에 오히려 불확실성에 따른 혼란이 발생한 측면도 크다.

반도체 관세의 세부 내용과 면제 기준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트럼프는 이날 "미국에 (반도체 생산 공장을) 짓고 있거나 짓기로 확실히 약속한 기업에는 관세가 부과되지 않을 것"이라며 '공장 건설 약속'을 면제 조건의 하나로 제시했다.

트럼프는 이 말을 하면서 애플을 사례로 언급했다. 이날 트럼프의 발언도 백악관에서 애플의 팀 쿡 CEO와 함께 미국에 1000억 달러를 추가 투자하는 계획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이뤄졌다.

하지만 애플뿐 아니라 TSMC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역시 미국 내 공장을 운영 중이며, 추가 투자 계획도 진행 중이다. 애플이 '약속'으로 100% 관세 면제를 받는다면 나머지 주요 반도체 기업들도 면제받는 게 가능하다.

이 때문에 대만이나 한국에서도 '100% 관세는 없다'는 해명이 나오는 것이다. 투자자문회사 아넥스의 브라이언 제이콥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결국 미국에 건설할 여력이 있는 현금 풍부한 대기업이 혜택을 받게 되고, 최대 강자가 살아남는 구조"라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트럼프의 반도체 관세 발언이 중국과의 무역 협상에서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카드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주요 반도체 제조국인 한국, 일본, EU는 미국과 협상을 통해 중국에 앞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것일 수도 있다고 로이터는 짚었다. 반도체 관세 100%는 미국에 공장을 지었거나 짓기로 약속한 한국, 일본 등이 아닌 중국을 겨냥한 것일 수 있다는 의미다.

EU는 자동차, 반도체, 의약품을 포함한 대부분 수출품에 대해 15% 단일 관세율에 합의했으며, 한국과 일본은 미국이 특정 국가에 불리한 관세율을 적용하지 않는 '최혜국 대우'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