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트럼프 압박에도 5연속 금리동결…반대 2명 '불협화음'(종합)

파월 "정책 불확실성" 인하 주저…시장 9월 인하 기대도 후퇴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금리 인하 압박에도 불구하고 5회 연속 기준금리(4.25~4.50%)를 동결했으며, 이 과정에서 정책 입안자들 간의 분열이 나타났다. ⓒ AFP=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가 5회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인하 압박을 거부했지만, 이번 결정은 2명의 반대표가 나오며 연준 내부의 분열이 확인됐다.

연준의 통화정책 결정 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이틀 일정의 회의를 마치고 30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4.25~4.5%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올해 들어 금리는 단 한 차례도 인하되지 않아 5연속 동결됐다.

투표권이 있는 FOMC 위원 12명 가운데 1명이 불참한 가운데, 이번 결정은 찬성 9대 반대 2로 내려졌다. 금리 동결에 반대하고 인하를 요구한 위원은 트럼프가 집권 1기 임명했던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와 미셸 보우먼 감독 부의장이다.

두 사람은 모두 최근 발언에서 7월 금리 인하 의견을 피력했다. AFP통신, CNBC 등에 따르면, 1명 이상이 다수의 금리 결정에 반대표를 던진 것은 1993년 말 이후 31년 만이다.

FOMC, "경제 불확실성 여전" 금리 동결…파월, 관세發 인플레 경고

FOMC는 성명에서 금리 동결 배경에 대해 "경제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다"며 인플레이션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성명은 "순 수출의 변동이 데이터에 계속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최근 지표는 올해 상반기에 경제 활동의 성장이 완화되었음을 시사한다"고 적시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금리 동결을 결정한 회의를 마치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정부의 정책 변화 효과가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파월 의장은 "정부 정책의 변화가 계속 진화하고 있다"며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관세 인상이 일부 상품의 가격에 더 분명하게 나타나기 시작했지만 경제 활동과 인플레이션에 대한 전반적인 영향은 아직 지켜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파월 의장은 "관세 인상이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이 단기적일 수 있지만 인플레이션 효과가 더 지속적일 수도 있다는 것이 합리적인 기본 가정"이라고 설명했다.

파월 의장이 금리 인하를 주저하는 듯한 발언을 내놓으면서 금융 시장 참여자들이 예상하는 9월 인하 확률도 후퇴했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의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금리 파생상품시장에서 예상하는 연준의 9월 금리 인하 확률은 29일 63%에서 30일 FOMC 이후 45%로 떨어졌다.

금리를 동결한 이번 연준 회의 이전에 시장은 10월부터 대략 두 차례의 금리 인하를 예상했다. 현재 시장은 연준이 올해 금리를 1~2차례 인하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첫 번째 인하가 12월까지 완전히 반영되지는 않았다.

트럼프, 연준 맹공…"멍청한 파월, 금리 내려라"

연준의 금리 동결은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인하 압박 속에서 결정됐다. 트럼프는 공개 석상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멍청이라고 부르며 인플레이션이 사실상 없다는 이유에서 신속한 금리 인하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금리 결정에 앞서 이날도 트럼프는 예상을 웃도는 2분기 국내총생산(GDP)에 파월 의장이 "이제 금리를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상무부에 따르면 2분기 GDP는 3.0% 증가해 예상(2.4%)을 웃돌았다. 하지만 성장률이 예상보다 반등했음에도 수입 감소가 개선의 대부분을 차지했고 내수는 2년 반 만에 가장 느린 속도로 증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1월 20일 취임 이후 관세를 비롯한 수많은 경제 정책의 변화는 물가를 끌어 올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연준은 금리 인하를 주저하고 있다. 완전 고용과 물가 안정이라는 이중 책무가 있는 연준은 현재 물가 안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실업률은 여전히 4.1%로 역사적 저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최근 인플레이션 데이터를 보면 일부 수입 비중이 높은 품목의 가격이 빠르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골드만삭스 자산운용의 공공투자 최고투자책임자(CIO)인 아시시 샤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향후 두 달간의 데이터가 중요할 것이며, 관세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완만하거나 노동 시장이 약화 조짐을 보일 경우 가을에 연준의 완화 사이클이 재개되는 경로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