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자이언트 스텝' 나서나…9.2% 유로존 인플레 압박 역대 최고

독일 프랑크푸르트 소재 유럽중앙은행(ECB) 본부 건물 ⓒ AFP=뉴스1
독일 프랑크푸르트 소재 유럽중앙은행(ECB) 본부 건물 ⓒ AFP=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유럽중앙은행(ECB)이 다음주 기준 금리를 0.75%포인트(p)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밟을 가능성에 한발짝 더 다가섰다.

지난달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인플레이션이 역대 최고를 다시 쓰면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전쟁으로 가해진 경제 압박이 더 커졌다.

◇8월 소비자물가상승률 9.2%…집계 역사상 최고 경신

31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통계당국에 따르면 8월 유로존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9.2% 올랐다. 7월 상승률 8.9%를 상회하며 집계를 시작한 1997년 이후 최고를 경신했다.

변동성이 높은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핵심 인플레이션은 7월 4.1%에서 8월 4.3%로 더 가속화했다. 다시 말해서 에너지와 식품 가격이 안정화해도 높은 인플레이션이 지속될 수 있다는 얘기다. ECB가 목표하는 인플레이션 2%도 크게 웃돈다.

앞으로 몇 개월 동안 유로존 인플레이션은 10%를 넘길 가능성이 높다고 애널리스트들은 예상한다. 독일을 포함한 회원국이 허용했던 에너지 및 대중교통시설 보조금이 만료되고 기업들이 높은 비용을 소비자들에게 전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에너지 수요가 급증하는 겨울이 되면 러시아산 천연가스 공급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진다.

ECB가 에너지와 다른 원자재 공급의 정체를 직접 해결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일단 치솟는 인플레이션의 고착화를 차단하려면 오는 8일로 예정된 통화정책회의에서 금리를 0.75%p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할 것이라는 신호를 ECB 정책위원들은 보냈다. 금리를 올리면 달러와 패리티(등가) 밑으로 떨어진 유로가 오르며 유럽의 수입비용 상승과 추가 인플레이션 압박을 낮출 수 있다.

◇"이달 8일 금리 0.75%p 올릴 확률 거의 100%"

ING뱅크에 따르면 선물시장에서 투자자들은 8일 ECB가 금리를 0.75%p 올릴 확률을 거의 100%로 가격에 반영하며 연말까지 금리가 1.6%p 상승할 것으로 본다. ECB는 지난 7월 금리를 0.5%p 올려 제로(0)로 높였는데 같은 달 연준은 금리를 0.75%p 올려 ECB는 연준에 비해 긴축정책면에서 뒤처졌다.

금리가 오르면 유로존의 경기침체 위험은 더욱 커진다. 이미 유로존 경제는 급등한 에너지 가격과 완만한 임금인상으로 소비력이 떨어져 성장이 크게 둔화했다. 미국과 달리 에너지 자립도가 낮은 유럽에서는 에너지 가격상승은 일종의 세금과 같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적했다.

일부 ECB 위원들은 성장 둔화보다 인플레이션 상승을 더 크게 우려한다고 밝혔다. 독일 중앙은행 분데스방크의 요아힘 나겔 총재는 "침체 가능성이 무서워 추가 금리인상을 늦춰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동안 ECB는 치솟는 인플레이션에 대해 연준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신중한 모습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경제회복이 미국에 비해 약했고 금리인상으로 취약한 남유럽 경제의 채무위기가 재촉발할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이탈리아의 경우 다음달 총선이 예정돼 정치적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