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환율전쟁 속 '달라진' 日·中 중앙은행 금리정책

日, 테이퍼 신호 속 '0%' 10년 목표금리에서 괴리
中, 단기 공개시장 조작금리 인상해 긴축 행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AFP=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환율전쟁 도발 발언이 세계의 중앙은행들을 긴장시킨 걸까. 공교롭게도 3일 중국과 일본의 중앙은행들은 일제히 기습적인 긴축적 조치를 내놓았다.

중국이 단기 금리 인상에 나선 가운데, 일본은 '테이퍼링 신호'를 통해 통화 절상 수용의 제스처를 보냈다. 트럼프가 양국에 대해 각국 통화를 인위적으로 낮추는 환율 조작을 일삼고 있다고 발언한 이후 나온 대응이어서 주목된다.

반면 유럽은 트럼프에 맞서는 듯한 인상을 풍겼다. 유로화 저평가를 이용해 미국을 착취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았던 독일의 중앙은행은 기존의 매파적 성향을 제쳐두고 오히려 초고도 완화를 지지하는 발언을 내놓았다. 영국의 중앙은행은 금융시장 일각의 연내 금리인상 기대감을 불식하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였다.

◇ 인민은행·일본은행 '깜짝' 긴축 신호

ⓒAFP= News1

중국 인민은행은 거의 열흘에 가까운 춘제(음력 설) 연휴를 마치고 업무에 복귀하자 마자 단기 금리를 인상했다. 공개시장조작에서 7일물과 14일물 금리, 단기유동성대출창구(SLF)의 금리를 일제히 올렸다. 춘제 연휴 직전에도 중기 유동성 금리 인상으로 긴축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인민은행의 통화정책 책임자인 장 샤오후이 행장조리는 3일 '신중하고 안정적 통화정책을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위안화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것이며 금리와 환율의 변동성을 낮출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인민은행이 정책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사이토 나오토 다이와리서치 수석연구원은 "부동산 거품을 통제하고 위안화 가치의 하락 압력을 낮추기 위한 목적일 수 있다"며 "전반적 통화정책의 전환을 지지할 수준의 금리 수정이었다"고 평가했다. 정책금리나 은행지급준비율과 같은 전통적 정책 수단이 아니라 SLF와 같은 다소 실험적으로 평가되는 수단을 썼다는 점에서는 점진적이라는 여운을 남겼다.

일본은행 역시 다소 아리송한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신호를 보냈다. 3일 국채매입 운영에서 시장에서 예상했던 25년물 이상 초장기를 제외하면서 테이퍼링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날 공개된 지난해 12월 회의 의사록 역시 같은 방햐을 가리켰다. 10년물 국채 수익률을 목표치 제로(0)에서 10bp(1bp = 0.01%p) 이상 변동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유연성이 언급됐다.

0.110%에서 움직이던 10년물 일본 국채 수익률은 이러한 신호들에 따라 0.150%까지 수직상승했다. 지난해 초 마이너스 금리 도입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여름에는 -0.3%대까지 밀렸던 수익률이었다.

하지만, 시장 금리가 가파르게 치솟는데 화들짝 놀란 일본은행은 지정 금리 0.110%로 10년물 국채를 무제한 사들이는 특별 매입 긴급 조치를 가동했다. 이에 결국 금리는 다소 떨어졌고 엔화도 약세를 보이며 시장을 잠시 진정시켰지만 비용 대비 효과는 실종됐다는 지적이다. 일본은행이 이날 적용한 매입 수익률은 시장이 종전에 예상했던 수익률의 상단인 0.10%를 웃도는 것이었다.

다케야마 소이치 SMBC니코증권 채권전략가는 "최근 변동성 급등세를 감안하며 채권 수익률이 더 이상 떨어질 것 같지는 않다"며 "변동성으로 투자자들이 한풀 꺾였고 다시 기반을 다지려면 시간이 좀 걸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 매파 독일은 '테이퍼 반대'로 선회…영란은행도 '마이웨이'

유로화 지폐 ⓒ AFP=News1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중국과 일본의 중앙은행들은 트럼프만큼 선제적으로 움직이며 바뀐 시대에 대응했다.

반면 유럽권의 중앙은행들은 아직 돈풀기 정책을 거둬 들이기에 불안하다며 트럼프와 대립각을 세울 태세다. 특히 트럼프의 핵심 경제참모로부터 돌연 환율조작국이라는 비난을 받은 독일이 이례적으로 유럽중앙은행(ECB)의 초고도 완화를 지지하고 나섰다.

분데스방크의 수석이코노미스트 옌스 울브리치는 지난 2일 근원 인플레이션이 약한 점을 지적하며 자산매입을 축소하는 것은 적절한 때가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로서는 통화 부양책의 정도를 줄여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고 강조했다.

영국의 중앙은행 영란은행 역시 2일 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상향하면서도 금리 인상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신호를 동시에 보냈다. 영란은행은 당초에 생각했던 것보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강하지 않다고 밝혔다. 금융시장에서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협상이 전개되는 앞으로 2년간 금리인상을 최대한 자제하겠다는 신호로 받아 들였다. 이 소식으로 영국 파운드화는 미국 달러에 대해 큰 폭으로 떨어졌다.

kirimi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