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트럼프, 동맹 분노 야기하며 환율전쟁 공포 유발"

코메르츠방크 "끔찍한 결과 대비, 안전벨트 매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AFP=뉴스1

(서울=뉴스1) 민선희 기자 =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외국의 통화 가치 평가절하를 비난 한 것은 동맹국들의 분노와 불안을 야기하면서 세계를 새로운 환율전쟁 국면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는 공포를 불러일으켰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일 평가했다. 미국 대통령이 외국 통화가치에 대해 논평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중국과 일본이 의도적으로 통화가치를 평가절하하고 있다"고 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전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아베 총리는 중의원(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엔화를 의도적으로 조정한다는 종류의 비판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앞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독일이 유로화 가치를 평가절하 한다"고 한 피터 나바로 미국 국가무역위원회(NTC) 위원장의 발언을 부인했다. 나바로 위원장은 FT와의 인터뷰에서 독일이 '엄청나게 저평가된 유로를 이용해 미국과 유럽연합 파트너들을 착취한다'고 비난했다.

한편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 지명자는 트럼프 대통령보다 조금 더 조심스러우면서도 애매모호한 태도를 드러냈다. 지난달 청문회에서 그는 상원의원들에게 달러의 "장기적인" 강세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통적으로 통화 문제는 재무장관의 업무였다. 1990년대 로버트 루빈 장관 이후로 미국 재무장관들은 미국의 강한 경제력을 반영한 '강한 달러'를 강조해왔다.

션 스파이서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나바로 위원장 발언에 동의했는지 확인해주지 않았다. 유로에 대한 코멘트도 거절했다. 스파이서 대변인은 전부 므누신이 재무장관에 취임한 뒤에 할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환율전쟁 뿐 아니라 세계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는 본격적인 무역 대결을 우려하고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혼란스러운 시작과 보호무역주의가 투자자들의 두려움을 키웠다.

이코노미스트들은 감세, 인프라지출, 국경세 부과 같은 트럼프의 부양책이 달러 강세 뿐 아니라 미국의 무역 적자를 오히려 확대시킬 것이라 주장했다. 이어 트럼프가 더 공격적인 무역 행동으로 대응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트럼프는 이미 중국, 일본, 멕시코 등을 겨냥해 미국의 무역적자에 불만을 표했다.

울리히 레흐트만 코메르츠방크 애널리스트는 고객들에게 '끔찍한 결과를 가져올지도 모르는 환율전쟁에 대비해 안전벨트를 단단히 매야 한다"고 경고했다. 레흐트만은 "나바로 위원장의 발언은 실제로 미국 행정부가 전 세계를 상대로 진행 중인 환율전쟁에서 기습공격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공식 지정하겠다고 한 공약을 지금까지 이행하지 않고 있다. 이는 잠재적으로 폭발적인 조치가 될 수 있다.

데이비드 달러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은 "중국 정책에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관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 중앙은행들은 통화 약세가 완화정책의 목표가 아닌, 자국 인플레이션 부양 과정에서의 결과라고 주장한다. 마사츠구 아사카와 일본 재무성 재무관(국제담당 차관)은 '최근 엔화 움직임이 디플레이션 탈피를 목표로 하는 시장·통화정책에 의해 주도됐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은 최근 몇년간 외환시장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일본은 엔화 약세를 위해 지난 2000년대 초반에는 외환시장에 개입했다. 지난 2009년 금융 위기와 2011년 동북 대지진 이후에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지난해 엔화 가치가 달러당 100엔선까지 뛰어 오르면서 외환시장 개입 관측이 고개를 들었으나, 실제 일본정부는 개입을 삼갔다. 중국 역시 최근 몇년간 외환시장에 개입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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