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렉시트' 재점화 우려에도 시장 동요 작은 '일리있는 이유'
경제보다는 정치 전염 우려가 커
- 최종일 기자
(서울=뉴스1) 최종일 기자 = 그리스가 조기총선을 치르게 되면서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 우려가 되살아나고 있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마련한 조치들로 인해 나머지 유로존 경제들이 붕괴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제보다는 정치적 전염이 더욱 중요한 쟁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다음달 25일 총선에서 급진좌파정당인 시리자가 집권하게 되면 유럽 전역에서 반 긴축 정당들의 위세가 강해지고 이 같은 흐름이 유럽연합(EU) 내에 확산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그리스 국민들에게 국제 채권단이 요구한 개혁을 이행할 것을 촉구해온 EU와 유럽 1위 경제대국 독일은 그리스 의회가 29일(현지시간) 3차 투표에서도 대통령을 선출하지 못해 총선을 치르게 되자 불안감을 드러냈다.
벨기에 브뤼셀에 본부를 두고 있는 씽크탱크 카네기 유럽의 얀 테쇼 국장은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됐다"며 "(총선 실시에 따라 부상한) 불확실성은 위기가 끝나지 않았음을 일깨워준다"고 지적했다.
그리스의 막대한 부채로 인해 2012년에 유로존은 붕괴 직전까지 갔지만 국제통화기금(IMF),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 유럽중앙은행(IMF)로 이뤄진 트로이카가 두차례 대규모 구제금융을 제공하면서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이탈(Grexit·그렉시트)하는 것을 막았다.
하지만 티쇼 국장은 그리스 국민들은 현재까지 급진 정당들을 꺼려왔기 때문에 시리자가 안토니스 사마라스 총리의 중도 우파 연합을 대체할 것인지는 의문부호가 따라붙는다고 말했다.
◇그렉시트 가능성
전문가들은 시리자가 이긴다고 해도 알렉시스 치프라스 대표가 그리스가 트로이카와 맺은 협상 조건을 어기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베렌버그은행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홀거 슈미딩은 "급진좌파 시리자는 기존의 어조를 다소 누그러뜨렸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슈미딩은 "그리스가 (현재의 단기적 불확실성을 넘어 유로존 이탈에 이를 수 있는) 새로운 깊은 위기 속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30% 정도"라고 봤다.
전문가들은 2012년 이후 그렉시트가 다른 유로존 국가로 확산될 것이란 위험이 현저하게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EU는 재정 위기의 재발을 막기 위해 5000억유로 규모의 유로안정화기구(ESM)를 설립했고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유로화를 구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무엇이든 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스페인과 아일랜드의 경제적 체력이 2년 전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개선됐다는 점도 긍정적 요인이다. 슈미딩은 "그리스의 비극이 전체적으로 유로존에 시스템적인 위기로 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무라증권의 자크 까이유도 이에 동의했다. 그는 "상황이 과거와 다르다. ECB는 지난 2년 동안 전염 효과를 차단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암허스트 피어폰트 증권의 글로벌 전략가 로버트 신체는 CNBC에 "그리스는 2010년과 2011년에는 시스템적인 압력이 절정에 달했지만 이제는 로컬 이슈가 됐다"며 "나는 (그리스 문제가) 2~3년 전처럼 광범위한 파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날 아테네종합지수는 장중 11.3%까지 떨어졌다가 하락분을 대거 반납한 뒤 3.9% 하락으로 장을 마쳤다. 그리스 국채 10년물 금리는 9.638%까지 뛰었다. 스페인의 IBEX지수는 0.8%, 이탈리아의 FTSE MIB지수는 1.2% 하락 마감했다. 하지만 독일 닥스지수는 0.1%, 프랑스 CAC40지수는 0.5% 올랐다. 영국 FTSE100지수는 0.4% 상승했다.
아울러 ECB는 다음달 22일 통화회의에서 전면적 양적완화(QE)를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스의 혼란상은 ECB가 행동에 나설 것이란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정치적 전염
하지만 정치적 전염 우려는 별개의 사안이다. 스페인의 포데모스와 같은 좌파정당은 상대적으로 단시간에 큰 지지를 받고 있으며 가혹한 긴축 정책에 맞서는 데에서 시리자를 모델로 삼고 있다.
포데모스의 대표인 파블로 이글레시아스는 그리스의 대선 결과 발표 뒤에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내년은 스페인과 유럽에서 도전의 해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포데모스는 1위를 차지했다.
정치적 스펙트럼에서 반대 쪽에선 극우정당인 영국독립당(UKIP)처럼 유럽에 회의적인 정당들이 지지를 얻고 있다.
IHS 글로벌 인사이트의 애널리스트 디에고 이스카로는 "새로운 정부 등장 이후에 그리스의 경제 상황이 혼란으로 빠져들지 않는 한 시리자의 승리는 다른 반긴축 정당의 인기를 상승시킬 것이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렉시트는 보다 광범위한 지정학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테쇼 국장은 "유럽이 행동에 나서질 못한다면 그리스는 중국이나 심지어 러시아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을 수 있다. 양국은 '영향력을 확보하는데에서 아주 큰 지정학적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그리스가 다른 국가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그럴경우에 그리스는 제재 혹은 무역에서 EU의 결정에 거부권을 내도록 압박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U는 우크라이나에서의 위기를 두고 러시아에 제재를 부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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