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먼사태 5년] 금융개혁 어디쯤…여전한 대마불사
'도드-프랭크' 법안, 3년 넘게 미완성 …그림자 금융 '거대 암초'
바젤3는 일단 '합격점'
- 윤태형 기자
(서울=뉴스1) 윤태형 기자 = 모기지 담보대출 부실에서 비롯된 위기는 150년 전통의 7000억달러 자산규모를 가진 리먼 브라더스를 파산으로 몰고 갔고 메릴린치 매각, AIG에 대한 구제금융으로 이어지면서 미국 금융시스템의 근간을 뒤흔들어 놓았다.
당시 미 정부는 대형은행 파산 도미노를 막기위해 JP 모건체이스가 파산 직전의 베어스턴스를 인수하도록 290억 달러의 긴급 자금을 공수하고, AIG 그룹에게는 초기 850억 달러의 구제 금융을 단행했다.
이로써 '납세자의 혈세'로 대형은행 연쇄 도산 사태를 가까스로 막았고 '국가경제를 위해 대형은행은 절대로 망하게 할 수 없다'는 대마불사의 신화가 탄생했다.
하지만 2008년 리먼 사태 이후 악성채무로 인한 금융위기 재발을 막기 위해 국제사회는 '바젤3' 도입에 나섰고 미 정부는 '대마불사'의 관행을 저지하기 위해 '도드-프랭크법'을 추진하는 등 고강도 금융개혁에 나섰다.
경제학자들은 '바젤3'에 대해서는 대체로 합격점을 줄 수 있지만 '도드-프랭크법'에 대해서는 지난 2010년 7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도입을 발표한 후 3년 넘게 미완성 상태로 남아있다며 낙제점을 주고 있다. 소위 '대마불사' 방지법이 대형은행의 치열한 로비로 '대마 불이행법'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은행들은 아직도 악성부채를 완전히 털어내지 못하고 있으며 비은행권 대출인 그림자 금융은 글로벌 경제를 여전히 위협하고 있다.
◇ 바젤3, 대체로 '합격'
2010년 9월 12일 국제결제은행(BIS) 산하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는 스위스에서 중앙은행 총재 및 감독기관장 회의를 열고 자기자본규제를 강화한 '바젤3'을 발표했다.
이후 글로벌 은행들은 새로운 바젤협약인 '바젤3'을 충족시키기 위해 자기자본을 꾸준히 확충, 금융기관의 자본 확충 수준이 금융 위기 이전 보다 3배로 늘어나면서 은행 자산건전성이 대폭 개선됐다.
이와 관련 BCBS는 지난달 27일 지난해 하반기 8.5% 수준이던 글로벌 대형은행들의 핵심자기자본1(Tier1)비율이 평균 9%까지 늘었다면서 글로벌 대형은행들이 예정보다 빠르게 바젤3 요건을 충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7월 2일 미 연준은 은행의 유동성을 규제하는 '바젤3'을 최종 승인했으며 한국도 오는 12월 '바젤3'를 도입할 예정이다.
하지만 은행자본 규제강화 국제협약인 '바젤3' 기준에 허점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토마스 호닉 미 연방보험공사(FDIC) 부의장에 따르면 글로벌 자본규정인 '바젤3'은 은행들이 실제로는 자본 비율이 낮더라도 자본비율이 양호한 것처럼 보일 수 있도록 둔갑시킬 수있다는 것이다.
호닉 부의장은 위험에 대한 가중치를 적용하지 않고 전체 자산에 대한 자기자본비율을 측정할 경우 도이체방크 등 대다수 대형은행들의 자기자본비율이 위험수준까지 낮아진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젤3'은 대체로 성공적으로 평가 받고 있다.
◇ 도드-프랭크법, 3년 넘도록 미완성 '불합격'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신호는 "누가 리먼 다음차례가될 것인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바젤3' 도입으로 금융규제가 강화되고 은행 건전성이 대폭 개선되고 있지만 '대마불사' 관행을 뿌리뽑는 정부 대응력에 대해서는 큰 진전이 없다고 평가했다.
버락 오마바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금융 규제를 담당하는 관료 8명과 백악관에서 회의를 갖고 2008년 금융위기를 반복하지 않도록 '도드-프랭크법'을 신속히 완성하라고 촉구했다.
'도드-프랭크법'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재발을 막기 위해 오바마 행정부가 2010년 7월에 발표한 광범위한 금융개혁 법이다. 약 3500쪽에 걸쳐 400개 법안을 담고 있으며 대공황 이후 가장 강력한 금융개혁법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은행이 자기자본으로 하는 위험거래를 금지하는 볼커룰에 금융권이 거세게 반발, 하부 규정 마련이 늦어지면서 실제 시행에 들어간 부분은 40%에 불과한 실정이다.
사흘 뒤인 22일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도드-프랭크법이 시행될 경우 향후 대형은행이 디폴트 위기에 빠지더라도 정부가 구제금융을 지원할 확률은 낮아진다며 미국 주요 대형은행에 대해 신용강등을 경고했다.
앞서 7월 제이콥 루 재무장관은 법안 시행이 지연돼 국가 경제와 납세자에게 위기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올해를 넘기면 솔직히 말해서 우리는 '대마불사'를 끝낼 수 없을것"이라고 우려했다.
◇ 또 하나의 암초 '그림자 금융'
지난해 11월 금융안정위원회(FSB)는 전세계 그림자 금융의 규모가 2011년 67조 달러로 급증해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수준인 62조 달러를 이미 넘어섰다고 경고했다.
주요20개국(G20)의 금융감독기구인 FSB는 특히 한국을 비롯, 중국, 인도네시아 등 신흥개발국 시장에서 그림자금융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증가했다고 밝혔다.
FSB에 따르면, 2011년 지난해 그림자금융의 자산규모가 가장 큰 국가는 미국으로 총 23조 달러를 기록했다. 이어 유럽 지역과 영국이 각각 22조 달러, 9조 달러를 차지했다.
특히 중국의 경우 그림자 금융이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일반 경제상황에서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높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다드앤푸어스(S&P)는 지난해 말 미상환 그림자금융 대출규모가 총 3조7000억 달러로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44%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했다.
피치는 이보다 높은 60% 수준으로 추산하며 일반 대출과 그림자 대출등을 모두 감안하면 그 규모가 GDP의 200%라고 주장했다.
지난 6월21일 중국에서는 평균 5~6%대이던 오버나잇 레포금리가 25% 가까이 치솟으며 시중 자금시장이 급속히 얼어붙는 긴급사태가 발생했다.
원인은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그림자 금융에 대한 고강도 규제'를 이유로 시중에서 일시적으로 발생한 자금경색에 '방관적 태도'를 보인데 있었다. 이에 한국, 중국, 일본 증시가 폭락하고 중국발 금융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맴돌았다.
결국 나흘 뒤인 25일 인민은행의 유동성 지원 발언으로 '중국 금융시장 위기'가 안정을 찾았지만 이 날의 공포는 전세계 뇌리속에 깊이 각인됐다.
이코노미스트 최신호는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에서 비롯된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은 모기지 부실대출, 이로 인한 은행권 부실화 뿐 아니라 글로벌 금융의 복잡성과 상호관련성으로 미국에서 발생한 위기가 전세계로 급속히 확대됐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이에 전세계는 미국, 유럽뿐 아니라 '그림자 금융'이 위험수준에 도달한 중국에도 긴장하고 있다.
birakoca@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