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하늘 덮은 '분홍빛 안개'…"광학적 현상일 뿐" 위험신호 아니라는데

가디언 갈무리

(서울=뉴스1) 김학진 기자 = 영국 일부 지역에서 분홍색을 띤 안개가 관측되며 이색적인 풍경이 연출됐다. 기상 당국은 이 현상이 특정 조건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광학 효과라면서도, 짙은 안개로 인한 시야 저하에 주의를 당부했다.

17일(현지 시각) 영국 기상청(Met Office)에 따르면 옥스퍼드셔와 인근 농촌 지역에서 이른 아침 시간대 '분홍빛 안개' 현상이 관찰됐다. 해가 낮게 떠 있는 상황에서 햇빛이 안개층을 통과하며 색이 변한 것으로, 해당 지역에는 안개 경보가 발령됐다.

기상청은 이번 현상이 밤사이 기온이 내려가며 형성된 안개와 일출 조건이 맞물리면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특히 안개가 짙게 형성된 일부 지역에서는 가시거리가 크게 떨어질 수 있어 운전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고 밝혔다.

분홍색으로 보이는 이유에 대해 기상청은 안개를 이루는 미세한 물방울이 햇빛을 산란시키는 과정에서 파장이 짧은 푸른색과 녹색 계열의 빛이 먼저 흩어지고, 상대적으로 파장이 긴 붉은색 계열의 빛이 남아 안개를 통과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안개가 분홍빛이나 장밋빛으로 보이게 된다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주로 일출이나 일몰 무렵에 나타나며, 시각적으로는 이색적이지만 기상학적으로 특별한 위험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기상청은 "분홍빛 안개는 단지 광학적 현상일 뿐"이라며 "안개로 인한 시야 감소 외에 추가적인 기상 위험은 없다"고 밝혔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 현상이 자주 관측되지 않는 이유로 여러 조건이 동시에 충족돼야 한다는 점을 꼽았다. 레딩대 클레어 라이더 교수는 "붉은빛이 강한 일출이나 일몰과 안개가 정확히 같은 시점에 발생해야 하고, 안개의 두께와 물방울의 크기 역시 적절해야 한다"며 "안개가 너무 짙으면 빛이 거의 차단되고, 너무 옅으면 색감이 충분히 나오지 않기 때문에 분홍빛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편 영국에서는 지난 2019년에도 남서부 일부 지역에서 분홍빛 안개 현상이 한시적으로 관측된 바 있다.

khj80@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