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에 '아이폰 충전기' 꽂고 가짜 암 투병…팬들에게 6억 뜯어낸 '국민 영웅'
아일랜드 스포츠 스타 캐리, 산소호흡기 위장 후 사기 행각
"그의 명예 회복될 수 없어, 많은 사람이 배신감 느낄 것"
- 김학진 기자
(서울=뉴스1) 김학진 기자 = 아일랜드의 국민이 영웅으로 불리던 남성이 '가짜 암 투병' 사기로 추락했다.
4일(현지 시각) 영국 데일리메일과 BBC, RTE 등 현지 외신에 따르면 아일랜드의 허링 선수 캐리(54)는 "암 치료비가 급히 필요하다"며 팬들과 친구, 가족 등에게 기부를 요청했다.
그는 코에 아이폰 충전기를 꽂은 사진을 찍어 마치 의료용 산소 호흡기를 단 것처럼 위장했고, 해당 사진을 그들에게 전송됐다.
이같은 범행은 한 금융기관 직원이 고령 고객의 이체 요청을 수상히 여겨 경찰에 신고하면서 전모가 드러났다.
캐리는 "미국 시애틀 병원에서 치료 중이며, 더블린 세인트 제임스 병원 의료 과실 소송으로 곧 거액의 배상금을 받을 예정"이라고 계속해서 돈을 받아냈지만, 수사 결과 의료 기록·소송 기록·여행 이력 모두 허위로 밝혀졌다.
더블린 형사법원에 따르면 캐리는 2014년부터 2022년까지 총 22명에게 약 40만 유로(약 5억 9000만 원)를 뜯어냈다.
피해자 중에는 그의 사촌과 직장 동료는 물론, 아일랜드 재벌 사업가 데니스 오브라이언도 포함돼 있었다. 오브라이언은 그에게 12만5000유로(약 1억9천만 원)를 건네고 숙소와 차량까지 제공한 것으로 밝혀졌다.
마틴 놀런 판사는 선고 공판에서 "그는 사람들의 선한 마음을 악용했다"며 "암 투병을 빙자한 사기보다 더 비난받을 만한 일은 상상하기 어렵다"고 질타했다.
이어 "그의 명예는 회복될 수 없을 것이다. 많은 사람이 그의 이름을 떠올리면 배신감만 느낄 것"이라고 실형을 선고했다.
'헐링(하키와 비슷한 아일랜드 전통 구기종목)계의 마라도나'로 불렸던 전설적 선수인 그는 결국 징역 5년 6개월 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캐리가 전과가 없고, 과거 사회에 일정 부분 기여한 점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캐리는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킬케니(아일랜드의 한 주) 대표팀의 핵심 선수로 활약하며, 올아일랜드 우승 5회·올스타상 9회를 기록했다.
그는 '젊은 선수들의 우상'으로 불렸지만, 이번 사건으로 '국민 영웅'에서 사기꾼으로 전락한 인물로 남게 됐다.
법정에서 무표정하게 선고를 들은 그는 현재 심장 질환으로 치료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피해자들에게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짤막하게 말했다.
khj80@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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