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형 러브스토리'…이라크 난민과 유럽 경찰의 사랑
올 한해 달군 난민위기·종교갈등 극복한 부부
- 김혜지 기자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낭만과 거리가 먼 냉엄한 현실 속에서 싹튼 한 연인이 화제다. 무슬림인 이라크 난민 여성과 그를 지키던 기독교인 유럽 경찰 간의 사랑, 이른바 '2016년형 러브 스토리'다.
AFP통신에 따르면 마케도니아 경찰 보비 도데브스키(35)는 올 3월 초 비가 쏟아지던 날, 마케도니아와 세르비아 국경 사이 진흙탕을 건너던 난민 누라 아르카바치(20)를 보자마자 사랑에 빠졌다.
최근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보비는 그때를 회상하며 "운명이었다"고 말했다. 누라는 당시 수니파 급진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고향 이라크를 떠나 터키, 그리스 레스보스섬에 이어 마케도니아까지 당도한 처지였다.
이번 한 해를 뒤흔든 난민 위기를 사랑으로 극복한 '올해의 커플'인 셈이다.
보비를 처음 만난 누라는 난민으로서 국경을 드나들며 겪은 고초 탓에 심각한 고열을 앓고 있었다.
당시는 발칸국가들이 밀려드는 난민 물결을 막기 위해 막 국경을 닫고 있던 시기였다. 누라는 고열을 앓으면서도 마케도니아에 더 이상 머무르지 못하게 될까봐 전전긍긍했다.
보비는 초조해 하는 누라에게 위안을 줬다. 그는 영어에 능통했기 때문에 임시 수용소에 지내는 누라와 그 가족들을 담당하게 됐다.
이날 인터뷰에서 누라는 당시 보비가 "걱정 마라. 모든 게 다 잘 될 거다"고 말하면서 자신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고 웃음을 터뜨렸다.
보비는 누라에게 처음 의약품과 담요를 가져다 줬다. 이후엔 오히려 국경이 닫힌 덕분에 수용소에서 누라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됐다. 보비는 음식과 생필품을 구입하는 누라와 누라의 어머니를 현지 마트로 이끄는 역할을 맡았다.
누라는 보비가 난민 아이들에 친절했으며 그들과 함께 즐겁게 노는 모습에 마음이 끌렸다고 밝혔다.
보비와 달리 다른 경찰들은 난민에 강경한 마케도니아 정책에 따라 엄격한 태도를 보였다. 당시 마케도니아 국경수비대는 그리스 간 국경을 건너려는 난민들을 향해 최루 가스를 뿌리는 등 지나친 조치로 비판을 받기도 했다.
6개국어에 능통한 역량을 살려 현지 적십자사를 돕기 시작한 누라는 4월의 한 저녁 보비로부터 레스토랑에 초대를 받았다.
보비는 그때 누라에게 청혼했다. 누라는 "당신 농담하는 거 아니냐"고 물었지만 보비는 10여차례나 똑같이 "나와 결혼해주겠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보비의 진심을 믿은 누라는 청혼을 승낙했으나 무슬림인 누라의 부모는 보비와의 결혼 소식에 분노했다. 보비는 동방정교를 믿는 기독교인이기 때문이었다.
누라는 통신에 자신의 부모에 대한 언급을 꺼려했다. 당초 자신을 따르는 형제와 자매, 부모와 함께 독일로 가고 싶었던 누라는 부모가 현재 독일에서 안전히 살고 있다는 사실만을 털어놨다.
누라는 "가족들과 함께 독일에서 살겠다는 단순한 꿈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런 뜻밖의 일이 이곳에서 일어날 줄 몰랐다"고 말했다.
둘은 120명의 하객 앞에서 아름다운 결혼식을 올렸다. 누라는 임신해 곧 태어날 아이를 기다리고 있다.
보비는 전례 없는 난민 위기와 종교 갈등을 극복한 이 사랑 이야기가 다른 젊은이들로 하여금 국경과 문화적 장벽을 극복할 수 있게 돕길 바란다고 밝혔다.
보비는 "우리는 사람들에게 그 누구보다 자기 자신을 믿고 사랑을, 그리고 운명을 믿으라고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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