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뉴에이지'..능력위주, 연공서열 파괴중"- WSJ
지난 4월 이주열 한국은행 전 부총재가 퇴임하면서 김중수 총장의 능력위주 인사를 언급하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35년간 한국은행에 재직한 이 전 부총재는 한 고별사에서 "많은 한국은행 직원들이 지난 60년간 쌓아온 가치와 규칙들이 하루 아침에 부정당했기 때문에 혼란을 느낀다"고 이 말했다.
이는 한은 김중수 총재를 정조준한 말이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김 총재는 꽉 들어찬 회의장의 맨 앞줄에 있었고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이 전 부총재가 한은 임원들 사이에 억눌려 있던 좌절감을 표출한 것으로 비춰진다. 김 총재는 지난 2년전 한은으로 옮긴 직후 관습에 도끼를 빼들었다. 그는 연공서열을 없애고 비교적 젊은 중간급 임원들에게 요직을 맡겼다.
유교문화의 산물인 연공서열은 한국 사회를 깊이 관통해 있다. 특히 한은 같은 보수적인 기관은 더하다.
한국인들은 처음 누군가를 볼 때 먼저 나이로 줄을 세운다. 서로의 나이에 맞게 행동하고 말하기 위함이다.
한국은행의 대대적인 개혁 이후 많은 고위직들이 떠났다. 이 전 부총재가 이를 공개적으로 말한 후 몇몇 다른 임원들도 그의 뒤를 이어 은행을 나갔다.
한은의 다른 부총재는 "은행에서 퍽 괜찮은 삶을 살던 사람들에게 어느날 후배가 그들을 지휘하고 그들에게 이거해라, 저거해라 하는 걸 보는 일은 굴욕적이었다"고 말했다. 이름을 밝히기 꺼려한 그는 금융회사에 일하기 위해 지난 4월 한은을 그만뒀다.
미국에서 공부하고 해외에서 여러 해 일했던 김 총재에게 한국은행의 문제는 명확했다. 상층부에 너무 많은 고위직들이 있었다. 그들 중 몇몇은 은행에 30년 넘게 재직 중이었다. 반면 실무진은 매우 적었다.
한국은행을 대대적으로 개혁해야 했다. 그 과정에서 강한 반대에 직면할 것이라는 걸 그는 알았다.
김총재는 "어떻게 이 조직을 운영할지 생각했을 때 나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부담감을 느꼈다"고 취임 첫해 기념 자리에서 소회를 토로했다.
한은의 연공서열이 극심했던 것처럼 한국 전역에서도 연공서열은 확고한 현상이다. 이는 젊고 능력있는 직원들의 빠른 승진 기회를 제한한다. 연공서열은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심하지만 가끔 돌파구도 있다.
대한항공은 올해 초 정기 인사이동에서 44살 여성을 임원으로 승진시켰다. 여성의 고위직 승진은 지난 10년간 처음 있던 일로, 고위직 자리를 재조정하는 일의 일환이었다.
연공서열은 나이가 많은 구직인에게도 걸림돌이다. 나이가 어린 관리자일 경우 바로 지시를 내리기 힘들기 때문이다.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고용주에 의한 나이차별은 2001년 11월과 올해 2월에 보고된 전체 차별 사건 919건 중 75%를 차지했다.
2009년 3월 직장 내 나이 차별을 금하는 새로운 법이 도입됐다. 국가인권위원회와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법안 도입 후 나이를 떠나 올바른 인사이동을 하는 경우가 늘어났다. 물론 여전히 이 법을 엄격하게 따르는 걸 주저하는 경우도 많다.
한국은행에서 김중수 총재는 일부 직원들의 계속된 불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이룬 것에 기쁘다고 말했다.
김 총재는 "과거와 다르게 많은 중간직들이 국제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그것이 자랑스럽다. 지금까지는 '하드웨어(위계서열)'의 변화가 있었다. 이제 내 남은 시간은 소프트웨어가 반드시 잘 운영되도록 하는 데 쓰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gir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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