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걸린 할머니 통장 싹쓸이한 34세 손녀…장례비까지 '탈탈'

(서울=뉴스1) 신초롱 기자 = 치매로 요양원에 들어간 할머니의 재산을 관리하던 손녀가 할머니의 집을 판 돈 가운데 3만 파운드(약 5400만 원) 이상을 빼돌렸다. 할머니가 세상을 떠났을 때는 장례비조차 마련되지 않은 상태였다.

28일(현지시각) 영국 현지 매체 등에 따르면 대니엘 램스보텀(34)은 재산 관리 능력을 잃은 할머니의 법정 대리인으로 지정된 뒤 할머니의 재산을 관리해 왔다.

당시 할머니는 치매 증상이 악화하면서 요양원으로 거처를 옮긴 상태였다. 할머니의 딸이 당초 법원에 대리인 지정을 신청했지만 과거 파산 선고를 받은 이력이 있어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손녀인 램스보텀에게 역할이 맡겨졌다.

문제는 손녀가 할머니의 재산을 보호하기는커녕 개인적으로 사용했다는 점이다. 램스보텀은 할머니의 집이 매각된 뒤 그 대금에서 3만 파운드가 넘는 돈을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법원은 그녀가 할머니의 계좌를 마치 자기 돈처럼 사용했다고 판단했다.

할머니는 2018년 10월 세상을 떠났지만 당시 장례비조차 지불할 돈이 남아 있지 않았다.

범행은 장례 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뒤늦게 드러났다. 할머니의 딸이 어머니의 유골과 관련한 장례 절차를 준비하기 위해 장례식장 측에 연락했다가 장례비가 아직 지급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다.

이후 램스보텀의 재산 유용 사실이 밝혀졌고 그녀는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에서 판사는 손녀를 강하게 질책했다. 판사는 "처음에 망설임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당신은 곧 사기의 이득을 열정적으로 누렸다"며 "당신이 해야 했던 단순하고 근본적인 의무는 할머니의 돈을 보호하는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하지만 실제로 당신은 그 계좌를 자신의 돼지저금통처럼 사용하며 돈을 모조리 털어냈다"고 비판했다.

법원은 램스보텀에게 징역 14개월에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또한 150시간의 무급 사회봉사와 5일간의 재활 프로그램 이수도 명령했다.

이번 사건은 치매 등으로 자기 재산을 직접 관리하기 어려운 고령자의 재산을 대신 관리하는 가족이 그 권한을 악용한 사례로 전해졌다. 특히 범행이 할머니가 사망한 뒤 장례비를 마련하는 과정에서야 드러났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ro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