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과도 같아”…전 세계가 청소년 '디지털 중독' 전쟁에 나선 이유
전문가들 "도파민 회로 활성화·가변보상 면에서 유사 기전"
호주·인도네시아 등 16세 미만 SNS 금지…영국은 내년 봄부터
- 권영미 기자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스마트폰 화면 속 끊임없는 자극과 연결성이 자라나는 청소년들의 뇌를 잠식하고 정신 건강을 위협한다는 경고음이 커지는 가운데, 전 세계 주요국들이 디지털 중독과의 전면전에 나서고 있다. 청소년 디지털 의존 현상이 마약 중독과 과학적으로 유사한 기전을 지닌다는 사실이 잇따라 밝혀지면서, 국가 차원의 방어선 구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애나 렘키(미국 스탠퍼드대 정신의학과 교수)와 엔리케 에체부루아(스페인 바스크대 임상병리학 명예교수) 등 중독 연구 전문가들에 따르면, 스크린 사용과 약물 복용은 모두 뇌의 보상 체계인 도파민 회로를 활성화한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즐거움을 강화하는 이 기전은 강박적 의존성으로 이어지며, 자극이 차단될 경우 짜증이나 불안 같은 금단 증상을 유발한다.
특히 청소년기의 뇌는 아직 미성숙하여 자기 통제력이 낮고 새로운 감각을 추구하는 성향이 강하며, 여기에 또래의 인정 욕구와 사회적 압박이 결합하면서 디지털 의존 위험은 더욱 치솟는다. 실제로 숏폼이나 '피드 새로고침(Pull-to-refresh)' 기능은 카지노 슬롯머신과 유사한 '가변 보상(언제 터질지 모르는 재미)' 알고리즘으로 설계되어 청소년들의 자기조절 능력을 효과적으로 무력화하고 있다.
이러한 우려는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주도하고 미국 전역 21개 연구 센터에서 1만 1000명 이상의 아동·청소년을 장기 추적하는 청소년 뇌·인지 발달, 즉 ABCD 연구 데이터를 통해 객관적인 수치로 증명되고 있다.
연구 데이터 분석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초기 청소년의 스크린 및 소셜 미디어 사용 시간은 급증했으며, 횡단 조사 및 1~2년 추적 관찰 데이터에서 소셜 미디어와 비디오 게임, 동영상 시청 등 스크린 타임이 길어질수록 우울, 불안, 섭식 장애, 강박 장애, 주의력 결핍 및 과잉 행동 등 다양한 정신 건강 증상과 뚜렷한 연관성을 보였다.
이와 함께 수면 장애와 심장 대사 위험 요인 증가도 확인되었으며,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디지털 환경이 주는 순기능과 별개로 사이버 폭력이나 유해 콘텐츠, 비현실적인 외모 기준 노출 등이 청소년 정신 건강에 치명적 위험 요소라고 경고한다.
도박은 경제적 타격이 크지만, SNS는 청소년기의 자존감, 외모 강박, 사이버불링, 극단적 선택 비율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는 임상 데이터가 압도적인 가운데, 디지털 중독이 개인의 의지 문제를 넘어 사회적 재난 수준으로 확산하자 각국 정부는 강력한 규제 칼을 뽑아 들고 있다.
지난해 12월 세계 최초로 16세 미만 청소년의 SNS 계정 생성을 전면 금지하는 법안을 시행한 호주를 필두로, 유럽 각국도 규제 조치를 준비 중이다. 그리스가 2027년 1월 1일부터 15세 미만의 SNS 이용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덴마크에서도 15세를 최소 이용 연령으로 정하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다만 프랑스는 15세 미만 SNS 금지 법안이 표현의 자유 논란으로 헌법위원회에 제동이 걸렸다.
인도네시아가 지난 3월, 말레이시아가 지난 6월부터 16세 미만 아동·청소년의 SNS 이용 규제 대열에 합류했으며, 영국은 내년 봄부터 16세 미만 SNS 금지는 물론 16~17세 청소년의 심야 시간 SNS 사용을 차단하고 자동 재생 등의 중독 유발 기능을 기본적으로 차단할 방침이어서 전 세계적인 디지털 중독 대응 공조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ky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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