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섬으로 도망칠까"…'AI 종말론'에 짓눌린 현대인들
영국인 셋중 두명 "AI, 인류 끝장낼 잠재력 있어"
연구원들도 불안…"내 AI 어떻게 악용될지 몰라"
- 김범수 기자
(서울=뉴스1) 김범수 기자 = 인공지능(AI)이 인류를 멸종시킬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자 테크업계를 넘어 일반인들에게도 불안이 번지고 있다. 영국 BBC는 심리 상담 현장에서도 AI의 급속한 발전에 대한 두려움을 호소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영국 웨일스에서 활동하는 심리치료사 루시 테오는 최근 상담을 받는 사람들이 AI 관련 뉴스를 대화 소재로 꺼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이후 크게 긴장된 사람들의 신경을 최근 'AI 인류 멸종론'이 더 자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테오는 그간 사람들이 우려하는 건 AI 발전에 따른 개인정보 유출이나 일자리 감소였지만 최근 언론 보도가 "걱정을 한 단계 더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불안이 커지는 배경에는 최근 AI 업계 내부에서 잇따라 폭로된 '인류 멸망론'이 있다. 이달 초 AI 기업 앤트로픽의 안전 연구원 제이컵 콕슨은 회사를 떠나며 AI 기업들이 "우리 생명을 걸고 도박을 하고 있다"며 "내년 말이면 통제 불능에 빠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앤트로픽 연구원 에번 허빙거도 향후 10년 안에 AI가 모든 인간을 죽일 가능성을 10% 이상으로 본다고 경고했다. 'AI 대부'로 불리는 노벨상 수상자 제프리 힌턴 역시 이런 전망이 "불합리한 주장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이 같은 우려가 일부 전문가들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지난 18일 영국 가디언은 여론조사업체 유고브 조사를 인용해 "영국인 3분의 1 이상이 AI를 핵전쟁과 기후 위기에 이어 인류 멸종을 초래할 주요 위험으로 꼽았다"고 보도했다. 1년 새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응답자 약 3분의 2는 AI가 인류 문명을 끝낼 잠재력이 있다고 응답했다.
영국 카디프에 사는 정신건강 캠페인 활동가 제임스 다운스는 최근 쏟아지는 인류 멸망론 뉴스를 더 자주 접하면서 불안이 심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운스는 "계속 뉴스를 들여다볼수록 상황이 더 나빠 보인다"며 "내가 무엇을 할 수 있겠냐는 생각에 심각한 무력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기후위기와 물가 상승, 전쟁과 핵 위협 걱정에 AI까지 더해지면서 다운스는 급기야 모든 것을 피해 외딴섬으로 달아나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고 밝혔다. 다운스는 "세상을 더 낫게 만들려고 노력하는 일 자체를 포기하고 싶게 만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공포를 키우는 정보에 지나치게 노출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자살 예방단체 사마리아인스 컴리의 잉엄 사무국장은 "혼자 뉴스를 반복해서 찾아보기보다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AI로 인한 불안감과 피로는 일선 AI 업계 관계자들에게도 쌓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영국 AI보안연구소(AISI) 직원들이 휴직하거나 심리 상담을 받는 사례가 늘었다고 22일 보도했다. 사회에 심각한 파장을 일으킬 기술을 다루는 데 심리적 부담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지난 2년간 오픈AI와 앤트로픽, 딥마인드 등 주요 AI 연구소 3곳에서 선임 연구원 10명 이상이 회사를 떠났다.
한 구글 딥마인드 관계자 FT에 "AI를 더 안전하게 만드는 작업이 불가능한 일처럼 느껴져 번아웃 위험이 온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개발한 AI가 어떻게 활용될지 알 수 없다는 사실도 정신을 힘들게 한다"고 밝혔다. 지난 4월 구글이 미국 국방부와 체결한 AI 공급 계약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FT는 설명했다.
maga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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